상장과 앨범 사진/정종배
상장 받은 시기가 한참 지난
애들의 초중등 상장과 졸업앨범 사진을
다시 꺼내 볼 줄이야
그것도 물에 젖어 흐릿한 글자
한 장 한 장 뜯어내도
손대기가 글러부러
대책없긴 마찬가지
어릴적부터
제 길은 제가 걸어야한다
애비는 사진 속에 부재다
놓아버린 과거가 아쉽다
앞 뒤 사진이 붙어
떼내기도 어렵다
미안하다
뭐든 보관만 하려는 애비 덕에
집으로 가야할 이삿짐이
책 보관 서고 아닌 서고에 쳐박혀
잠을 자다 한순간에
퉁퉁 불어 어릴적 행장을 지웠으니
애비를 탓하라
이제라도 살갑게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