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가래

정종배 2019. 8. 19. 20:47

 

 

가래/정종배

 

 

팥쥐 엄마라 놀리는 사모님 등살에

방학 중에 글 쓴다

집에 쟁여 놓은 책을

개학 전 날 어제 오후

학교 5층 국어과전용교실로 피신시켰다

북부간선도로 고가 끝부분에서

봉화산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데

일요일 오후라 옆 차선 텅 비어

옳다구나 콧노래를 부르며

가비얍게 휙 꺾어 들어서니

교통경찰 모자를 바로 쓰고

경례하며 정차를 지시한다

앞 유리창을 열며 웃으며

일요일까지 근무하시는데

법을 어겨 죄송합니다

관내 고등학교 근무 하는데

책을 넣으려는 마음으로

실금을 넘었다 미안합니다

"다음엔 들어오지 마십시오."

떨어지자 마자 고개를 숙이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되내며 학교 정문 터치를 하면서

오늘 운수 대통했다

 

수입 바나나 비워낸 빈 박스 책을 넣어

다쿠미 선생 추모 기념 에코백 소지품을

이동수레 위에 얹고 비스듬히 눕혀 옮겼다

 

아침 출근 준비 하며

가래 한 짝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차 안에서 에코백에서 과자를 꺼내 먹어

감각적으로 아침 밥 먹기 전

주차장 내려가 자동차

실내등을 켜 샅샅이 뒤졌으나 허사였다

허전하다 손에 쥔 뭔가를 놓쳐버린 느낌이다

학교 가는 내내 학교 안 어제 동선을 그어가며

구파발 출발 전동차를 계단을 냅다 뛰어

문 하나 차이로 집어타고

방학 중에 보내지 않던 시 한 편

"서시 ㅡ정자나무" 를

지인들께 개학 첫날 전송했다

 

학교 정문 지문인식 잠금장치

등록된 집게 손가락 터치하고

보도불럭 위를 걸어 가는데

손떼 묻은 가래가 눈에 보여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 발로 비벼

뒤로 벌러덩 자빠져 버릴듯 기뼜다

마침 학생회 2학기 격려 문구

너는 꽃이더라

만들고 난 뒷끝이다

작년 가을 손에 쥔 가래 두 알

내안에 꽃이더라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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