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호수/정종배
추석날 아침 일찍
간만에 네 식구 나들이로
마장호수 출렁다리 건너서
한 바퀴 잔잔하게 돌았다
주차장 봉사활동 학생들은
핸드폰 게임에 빠져있다
제2주차장 아래 데크
아버지가 집게로 풀숲에
숨어든 휴지를 집어내고
아들은 오른손에 붕대 감고
아버지 뒤 따라오며
이 좋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기냐
봉사활동 기록 필요 없으니
어서 가자 졸라댄다
자식 진학 문제로
경을 치는 이즈음
실제 아픈 아들 대신 봉사활동
마장호수 데크길 길섶을 뒤지는
아버지 굳센 등이
풀꽃으로 향기롭게 출렁였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