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굴레방다리 이야기

정종배 2019. 10. 6. 18:10

 

 

 

 

 

 

 

 

 

 

 

 

굴레방다리 이야기/정종배(고 25회,시인)

 

 

한북지맥 삼각산 보현봉 백악산 자하문

인왕산 무악재 안산 금화산 자락에

귀인이 이용하는 우물이라 복주물福主井

우물 뒤 금화산은 공기와 물이 맑아

장수하는 노인이 많았다

복수산이 음이 와전되어 복주산

그 아랫동네 복주산동

애오개 굴레방다리 금화장오거리

지금의 북아현동

영조의 세손이자 사도세자의 장자인 의소懿昭의 묘원墓園

의령원터 일명 애기능 지금의 중앙여고 자리

191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1922년 홍릉수목원 이전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한국의 산과 민예와 사람을 사랑하다

망우리공원 한국의 흙이 됐다

1930년대 모더니즘 대표시인 정지용 집 문턱을

문청들이 헬 수 없이 넘나들었다

윤동주 시인도 1941.9~12월

도로명 주소 북아현로 18길 51-13

북아현동 하숙집을 오가며

시대의 양심과 지용의 문향과 복주물 맑은 물로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서시>, <간> 등

대표작을 노래했다

천재 화가 아소 이인성 화백이 대구에서 올라와

굴레방다리 옆 파출소를 지나

경의선 철다리 밑을 걷고 신산스런 나날을 보내다

통음으로 시름 잃다 통행금지 시비로

초보 순경 오발로 숨을 거둬

망우리공원에 묻혔다

최인호는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소설로

천재 화가 비운을 추모했다

초허 김동명 시인 시집 <목격자>에서 서울 풍물초에서

서울유명한 곳을 스케치하면서 '북아현동'도 포함했다

여수 출신 한국의 로트렉 손상기 화가도

굴레방다리 옆구리에 사글세방 화실을 운영하고

불구의 몸으로 오가며

또랑시인 동정을 잃을 뻔한 아현동 홍등가와

도심 변두리 삶을 '공작도시' 연작으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모범경작생> 만우 박영준 소설가

충청도 내포지방 사투리 만연체 연작소설

<관촌수필> <우리동네> 이문구 소설가

북아현동 개천 복개 공사 노가다 하면서

옆구리에 책을 끼고 읽다

4.19혁명 신문 보고 정신 번쩍 깨우쳐

문 닦은 고향 고교 졸업장 돈으로 사

서라벌예술대학 김동리 애제자로 뻥튀기했다

백범 김구 경교장 암살 당한 뒤

식구들 옮겨 살고

1950년대 <목마와 숙녀> <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인

경기중 2학년 영화관 들락거리다

퇴학 당해 한성고 야간부 3개월 다녔다

학적부가 6.25 한국전쟁 때 불탔지만

유족들과 지인들이 증언한다

1970년대 <별들의 고향> 최인호 소설가

한성고 입구 복수탕 2층 월세 15만원 신혼방에서

밤 새워 소설을 써대 베스트셀러 작가로 지가를 올렸다

국민은행 아현동지점 이종대 문도석 2인 연쇄 총기살인강도와 가족까지 죽이고 자살한 사건을

최인호는 장편소설 <지구인>

절친인 이장호 감독은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 영화로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로

어그러진 사회와 사람을 그려냈다

한국일보 창업주 장기영

포철 박태준 회장

강영훈 전 총리

정치인 이기택

오리온 창업주 이양구 등

터전을 굳건히 자리잡고

수 많은 장삼이사 상경하여

북아현동 햇살과 구름과 바람과 눈보라

달빛과 별빛과 개천의 물소리 오감하여

살아 왔고 살고 있다

모교 개교 100주년을 향해 가며

3.1 계단과 3.1탑 정신으로

정치 경제 사회 언론 교육 공업 IT

럭비 태권도 영화 연극 가수 개그맨 등

제 일을 도맡은 역군으로 묵묵히 걷고 있다

한성건아상 모델인 럭비부 조한복 동기는

동기들 모임이나 산행 후 뒷풀이에

마지막 뒷정리 도맡아 정리하고

두꺼운 손으로 친구들 붙잡고 헤어지길 아쉬워한다

은사님 선배님 후배님 한성인 여러분

단풍철입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굴레방다리 물소리 되새기며

흥그러운 나날이길 두 손 모아 빕니다

 

한성인 20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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