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문역 쌈지공원/정종배
나무들은 꽃눈과 잎눈 틔우기와
꽃잎과 나뭇잎
크기와 모양과 색깔도
철따라 제각각이다
여름이면 푸르른 수해바다
실바람 불어오면
그늘이 푸르게 출렁인다
내년 봄 희망을 이어가려
늦가을 물관을 닫아걸면
DNA 입력대로 타올라
막바지 한 철은 화려하다
신이문역 2번 출구 쌈지공원
단풍나무 참나무 회화나무
한꺼번에 계절을 뒤집어
잘 삭힌 혹산홍어 한 마리로
저 여기 있어요
떼창으로 단풍이 한창이다
20여년 전과 변함없는
늦가을 쌈지공원 풍정은
도산양반 셋째 아들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왔다
목포 선창 어물가게에서
흑산홍어 사들고 올라와
신이문역 2번 출구
계단을 단숨에 내려와
기름소금 찍어 먹은 애와
눈 속의 보릿잎 넣고 끓어
콧속이 뻥 뚫린 홍어애탕
말하기 거시기한 그 맛에
단풍잎 빛깔로 톡쏘며
입에 착 감기는
흑산 홍어 한 점 얹어
올겨울도 거뜬하게 나겠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색의 길 (0) | 2019.11.28 |
---|---|
단식과 외교활동 (0) | 2019.11.28 |
고3학년 2학기 기말고사 (0) | 2019.11.25 |
중랑에살거들랑라디오 문학인 (0) | 2019.11.25 |
나무그늘 아래에서 (0) | 201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