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환승

정종배 2019. 12. 7. 09:48

 

 

환승/정종배

 

 

내년 8월 정년까지 남은 달수가

열 손가락 안으로 들어온 출퇴근 길

낯익은 계단도 조심스럽다

은평뉴타운 시내버스 530동 버스정류장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구파발역이나 연신내역을 향해간다

성당 앞을 버스로 지나갈 때

성호를 그으며

예수님께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침 인사와 신고와 기도드린다

종로3가역에서 전철 3호선에서 1호선으로

신이문역 전철에서 마을버스로

종각역 아름다운 가게에 들리거나

출장이나 모임 날을 제외하고

퇴근길은 출근길을 되짚어

여섯 번 환승하며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다

계단을 오르긴 괜찮은데

내려가긴 무릎에 부담간다

연착과 자리잡기 옆에 계신 승객

살아오고 현재 하는 일을

알 수 있는 얼굴과 문향

삶이란 기다리고 참고 견디며

더 나은 나날을 꿈꾸며 이어간다

환승과 환승 사이에 걷는 것과

좌석에 앉아 아침기도 드리며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독수리 타법의 메세지와

멍 때리는 시간만큼

넉넉한 길을 걷는 나날이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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