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정종배
내년 8월 정년까지 남은 달수가
열 손가락 안으로 들어온 출퇴근 길
낯익은 계단도 조심스럽다
은평뉴타운 시내버스 530동 버스정류장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구파발역이나 연신내역을 향해간다
성당 앞을 버스로 지나갈 때
성호를 그으며
예수님께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침 인사와 신고와 기도드린다
종로3가역에서 전철 3호선에서 1호선으로
신이문역 전철에서 마을버스로
종각역 아름다운 가게에 들리거나
출장이나 모임 날을 제외하고
퇴근길은 출근길을 되짚어
여섯 번 환승하며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다
계단을 오르긴 괜찮은데
내려가긴 무릎에 부담간다
연착과 자리잡기 옆에 계신 승객
살아오고 현재 하는 일을
알 수 있는 얼굴과 문향
삶이란 기다리고 참고 견디며
더 나은 나날을 꿈꾸며 이어간다
환승과 환승 사이에 걷는 것과
좌석에 앉아 아침기도 드리며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독수리 타법의 메세지와
멍 때리는 시간만큼
넉넉한 길을 걷는 나날이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