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분에
집에 있다
늦은 오후
마실길 진관사 도는데
아글씨
멧돼지들이 득시글거리네요
글피엔 나 홀로 멧돼지가 저도 놀라 혼줄이 났는지
똥줄 빠지게 냅다 뛰고
진관사 아미타불 곁으로 지나는 길목에
맨앞 망보는 산저 없던 바위로 보였어요
네 마리 멧돼지 가족
나와 마주쳐 뒤돌아 가고
어제는 일주문에서
부도탑 위 새싹 쓰나미로
뜯어먹는 네 마리 일주문 기둥 뒤에 숨어
폰 사진 찍는데
소리에 민감한 망보늗 멧돼지가 내 쪽을 꼬나보는데
오싹하더라구요
제들이 후각 청각은 뛰어난데
시각은 떨어져
내가 꼼짝 않는 사이
분탕질을 치고 유유히 골짜기로 떼지어간 뒤
유기견 짖는 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우고 남더라구요
멧돼지 사랑 싸움 등긁는 효자손 잣나무 지나는데 조심해야겠네요
늘 강녕하시고
사랑이 넘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