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것이 지배한다
38년 아이들에게 지은 죄 속죄하려
한 학기 묵언수행 하려는데
코로나19 비대면 수업으로
한 명도 얼굴 보지 못하고
마스크 쓰고 퇴직이다
식구들과 각자 그릇 코박고
말 없이 혼밥이다
출퇴근길 대중교통 이용하여
나름 환경 오염 문제 실천하던
원칙을 허물어 차를 끌고 다닌다
오늘도 38년 뭉갠
훈장 받아 와야 한다
산보하며 마주치는 이들을
멀찍이 에돌아 지나간다
눈이 예쁠 수밖에
마스크 써야 눈치 보지 않고
되려 편한 신세계
한 번도 걷지 않은 길을 간다
고백성사 받지 않으려
빠지지 않던 주일미사 드리지 않고
매일기도 오래 앉아 여유롭다
요양원에 계시는 장모님
못 뵈온 지도 마스크 쓴 때부터다
모든 게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한다
진관사 덕현스님 닮은 상호 약사여래
역병을 거둬가길 담장 너머 합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