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가을비

정종배 2020. 11. 18. 15:38
가을비/정종배


빗방울은 순수하다
빗방울 소리는 간결하다
숲에 내린 빗방울은 따뜻하다
뒹구는 낙엽 위에 파고드는
빗방울 소리는 뜨겁다
피의 능선에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주인을 위하여 목숨을 끊어버린
단풍잎을 일으켜 달래는
빗방울 소리는 진혼곡으로
뼈만 남은 나무들을 위무하며
흐르는 빗방울 소리에
잠못 이뤄 뒤척이는 가을밤
헤어짐과 만남을 함께하는
머뭇거린 안개 숲에
올 겨울 사랑이 가득찰 것이다
사계절 빗방울 소리도 좋지만
가을비 소리는 비워내야 세상은 채워진다
내미는 손바닥에 뛰어드는
빗방울 소리가 정답다
가을비 훈훈하다
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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