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남산ㅡ남영동 올레길

정종배 2020. 11. 22. 05:55


남산ㅡ남영동 올레길/정종배


2020 독립 민주 인권과 만나는
남산과 남영동을 잇는 올레길을
망우본동 '마을과 아이들' 회원들과 걸었다

대한민국 번영과 평화를 위하여
온몸으로 밀고나가
일제와 독재와 자본에 저항하며
이념과 신념의 곧은 삶을 어그러트리고
목숨 바친 분들의 인생과
가족들의 트라우마 눈물을
빚어놓은 계단을 만났다

집 문을 나서는 발길은 좁아지고
집으로 들어오는 마음이 넓어지는
생사를 넘나든 생애를 내달은
일제시대 벽돌과 석축에
시멘트로 붙여놓은 인생계단
지금은 문을 쓰지 않아 오가는 이
대한민국 왜곡되고 뒤틀리며 놀라는
압력솥 압축성장 상징 계단
역사박물관에 보관 전시 이어가길 빌었다

목멱산 목멱대신 딸각발이 건천동 유성룡 이순신 충무로 정보부 안기부 수경사 헌병대 통감관저 통감부 노기신사 을사늑약 진고개 정보부 안기부 공포터널 고문 도청 사법살인 의문사 은행나무 느티나무 세상의 배꼽바위 꺼꾸로 세운 탑 조선신궁 치욕의 길 백범광장 미군부대 위안부 남영동 대공분실
최종길 박종철 김근태.........
어둠을 헤치며 공포에 질렸을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워
이름조차 잃어가는 거룩한 유공자들의
희생과 억울한 삶을 되새기는 올레길
서울특별시 시민들이 숨쉬는
후암동 두텁바위 동네에

수집한 문화재 9.28수복
미군 폭격으로 한 점도 건지지 못하고
3개월 울었다는 김찬영 김유방 김득영 울음소리
부산에서 올라와 성남교회 예배를 본 소설가
끝뫼 김말봉 눈이 감겨 원고지 메꾸는 구술 소리
안마 손님 바라며 짚어가는 안전지팡이 소리
이시영 시인의 어깨를 잡다 놀라 용산역에서 도망온 정님이 누나 거친 숨소리
서울살이 적응 못해 매주 토요일 오후에 귀향했다
월요일 새벽 열차 이용하여 상경하는 학생 등에
쉬었다 가라는 늙은 포주 쉰 목소리가
되살아 날 것같은
일본식 가옥과 골목이 살아있고

병무청 온갖 사연 깜박이고
한국전쟁 피난민과
이촌향도 상경한 이들이 꿈을 키운
쪽방 밖 빨래가 널리는 골목에
경건한 계단을 뵈웠다
아래가 넓고 위가 좁거나
넓이나 높이가 같은 예사 계단이 아니다
세월 가면 갈수록 알차고 빛나는
조명받지 못하고 묻혀 있는
지사와 의사와 열사와 갑남을녀
숭고한 인생 계단
오래된 대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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