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멧돼지 포획틀이 굶어 죽길 기도한다
오늘도 무소유네 안도하며
너무 하다 싶으면
마음이 가난하여 행복하길 합장한다
점심 먹고 아들과 숲길을 산보했다
멧돼지가 도토리와 지렁이 드시려
온산을 휘져어 놓았다
진흙탕 목욕 즐긴 멧돼지가 등을 긁어
진흙과 물것을 털어내고
먹이사냥 이어갈 영역을 표시한
소나무 밑동이 벗겨져 당당했다
아버지가 저렇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넓은 등을 무엇으로 긁었을까
낙엽을 헤치며 앞서가는
아들의 힘든 등을 긁어준 적 있었는가
소나무 너 대단하다
아들놈 몰래 얼른 안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