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보호수

정종배 2021. 1. 1. 18:21

보호수/정종배


진관사 사하촌 철거되어
당산나무 임무를 마치고
마실길 보호수로 지정되어
옛 명성을 지키며 위용을 자랑한다
올해도 스님들과 때맞춰 동안거에 들어가
우듬지가 찬바람에 곱은 손 호호 불며
한여름 그늘 아래 들고난 사람들의
땀방울 근수를 외고 있다
나무도 하안거 동안거로
키가 크고 몸통이 굵어지며
그늘의 평수를 넓혀가
집사람 허리만큼 풍만하다
움 트기 전 딱따구리 가족들
껍질 뒤에 벌레들을 조사부러
그늘 깊이 뒤끝이 개운할까
봄이면 탁발했다 가을이면 화려한 그늘을 거둬들이는
단풍잎은 꽃보다 찬란한 오도송이다
나무들은 겨울이면 물관을 닫아걸고 동안거 중이다
그나저나 적광암 덕운스님 보이차와 카톡을
어찌 참고 동안거에 들어가
설악산 봉정암 면벽 수행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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