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사하촌

정종배 2021. 2. 5. 23:08

사하촌/정종배

진관사 아래 동네 사하촌
사람들이 마른 목을 축이고
음식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간 샘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개발로
물맛 좋던 수맥이 끊겼는지
샘물은 차지 않고 건수만 흐릿하다
가끔씩 음력 보름 달빛 아래
무당들이 막걸리를 마중물로
술잔에 가득 따라
오방색 실꾸러밀 풀어놓고
촛불 앞에 손을 모아 빌고 간다
눈 쌓인 샘으로 가는 길
까치들이 누항의 옛 애기를
오롯이 노래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샘가에
추억의 발자국을
숫눈길로 찍어 놓고
당산나무 둥지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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