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시와 똥

정종배 2021. 2. 22. 11:28









시와 똥/정종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전시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이중섭 화백이 그린 그림
'시인 구상네 가족'을 보고온
간밤의 꿈길에
똥을 싸듯 시를 써라
은사님의 한 소식 들었다
저녁 먹고 산보길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다양성 생태늪
올해 첫 울음소리 반가운
북방산개구리를 맹꽁이라 외치는
가족을 지나치다
아버지 체면을 위한다고
엄마를 불러 바로 잡아주다
똥을 싸도 우리 집이니까
퉁만 맞고 돌아서 집에 와
오늘밤 멧돼지가 싹 쓸어갈까 봐
잠 못 이루다 설핏 잠결에
은사이신 시인 구상 선생님께서
시어의 언령과 기어의 죄를 써 주셨다
시는 똥이다
갖은 음식 먹고 탈이 난 건
이유가 분명 있다
시간이 지나 똥이 나오듯 시를 써라
살아생전 환한 웃음 그대로
낙이망우 망우리공원 절친 이중섭 화백
묘역을 함께 가자
지팡이를 집고 앞서 가셨다
대향 이중섭 묘역 곁에 은사님과
조각가 차근호 유택을 마련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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