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도둑눈이 다녀갔다
늦더라도 오너라 걱정말고
봄눈이여 반갑고 고마운
도둑눈으로
통일이여
질퍽거려도 오너라
흥국사 약사전 뒤 명상의 숲에서
눈 쌓인 북한산 연봉들 점호하고
날씨가 맑고 좋아 간만에 마운틴 오르가즘 홀리고
개성 송악산 성거산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곳까지 오르다 노고산 꼭대기 표지비 앞에 섰다
1968.1.21. 청와대습격사건 북한군 124군부대 31명 마지막 숙영지 승가봉 사모바위 가기 위해 통과한
정상은 군부대가 자리 잡은 지 반세기가 넘었다
부지런한 이들이 북한산 해돋이 사진에
봄눈을 넣고자 발자국을 남겼다
사진 설명 노고산 정상에서 내뱉고 자랑한다
지금도 누구나 의식하지 않는다
또랑시인 마찬가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노고산 능선의 서북쪽은 나무들이 자라고 참호가 이어졌다
등산로는 동남쪽 3.1절 봄비의 물줄기가 터졌다
올 겨울 눈보라에 설해목이 등산로를 가로질러 위태롭게 서 있다
파주 LG 공장 굴뚝의 연기가 일제가 이름정한 마식령산맥이라 배운 임진북예성남정맥 위로 솟아 하늘로
개성공단 그 좋던 남과북 완충 지대 우리끼리 손을 놓은 지 십여년
미국의 국익에 꼼짝 못해 쩔쩔맨다
남동쪽 북한산 연봉들 사진 찍는 장소는 곳곳에 열려 있다
서북쪽 개성 뒷산 연봉들은 우거진 나무가 장벽으로 쳐다보지 않고 걷기만 열심이다
경계 서는 병사의 눈빛만 반짝인다
산안개는 계곡에서 정상으로
북한산 족두리봉에서 향로봉 비봉진흥왕순수비 승가봉사모바위 문수봉 노적봉 국망봉 백운봉 인수봉 이어서 여성봉 오봉 자운봉 신선대 도봉산 상장봉 사패산까지 바위봉우리를 한참을 감싸안아 남과 북 불통의 아픔을 위로한다
통일이여 오너라 도둑눈으로
늦더라도 괜찮아 봄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