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설해목

정종배 2021. 3. 3. 17:31


설해목/정종배

한 번만 비틀어도 힘든데
몇 번을 뒤틀어 버티다
꽃샘추위 물관이 얼어터져
3.1절 봄눈에 사단이 났구나
보호수나 거목으로 자리잡고
그늘농사 평수 늘려
사람들 땀방울 식히고
우듬지가 별빛을 헤아리며
새 둥지와 벌레의 집을 품에 안고서
사계절 철따라 살아가기
어디 쉬운 일인가
그 동안 수고했다
영원한 안식을 기도했다
청와대를 습격해 박정희 목을 따러
1968년 1월 20일 꽁꽁 언 별빛이 내린 밤
북한군 31명이 걸었던 노고산
차 한 잔 하자는 전화 한 통 없는
김신조루트를 오르는 또랑시인
나무라고 부르긴 택도 없다
현직일 때는 함께 묻어갈 수 있었지만
퇴직 후 나목으로 꼼짝없이 드러나니
오히려 시원섭섭 속이 편하다
원고료 받는 시 한 편 청탁 받지 못해도
시마에 취했다구 제 잘난 맛에
5년째 줄기차게 내보냈으니
받으신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
까짓껏 설해목 나쁘진 않겠다
휴전선 구비구비 얼어터져
통일이 오기를 두 손 모아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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