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 정종배
4월 10일 오후 4시
올해 처음 결혼식에 참석했다
서울대 교수회관 예식장이 다섯 군데
찾아 헤매 정시보다 늦게 도착했다
천리 먼 고향 학다리에서 올라오는
알친구 상룡이네 첫 혼사이고
그 친구와 각별한 사이여서
성치 않는 몸 이끌고 갔는데
고향 친구는 나 혼자였다
친구는 몸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 그것도 실했다
내 옆집 광자도 일학년 짝궁이라며 만날 때마다 입이 닳도록 자랑한다
동창교 가메다리 잉어방죽 멱 감을 때 눈들이 모두 친구 가운뎃다리에 쏠렸다 학교 변소 벽에 누구와 누구는 ♡했다네 주인공이었다
친구는 사춘기부터 몸이 아파 독한 약 기운으로 시력이 약해져
설 지내고 대보름 사이에 친구들과 일년 신수보러 순례하면
꼭 사주에 아들 큰 인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고3 휴학하고 서울대병원 안과에서 한쪽 눈을 유지하기 위해 의안을 낄 수밖에 없었다
창경궁 앞 원남동 사거리 여관에서 친구를 대학 신입생인 내가 간병인으로 함께 했다
벚꽃놀이 상춘객 청춘들이 밤새 사랑을 나누는 옆방의 앓은 소리가 환장하게 싫지는 않았다
일주일 순환되지 않아 방값을 더 얹어줘야 했다
지금은 호텔로 변했다 창경궁 벚꽃은 사라졌고
팬데믹으로 외국 관광객 오지않고 종3 종묘 앞 할아버지 여기 올리 만무 쓸데 없는 걱정까지
지난 번 대학로에서 안국역까지
밤길에 옆을 지나며 추억을 꺼내 걸었다
서울대병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객기를 부린다고 밥값을 내지않고 도망하는데 눈이 아픈 친구가 걸음을 빨리 걷지 못해 가슴이 더 조여왔다
다음 날 밥값을 치렀다
친구는 서울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여자를 만나 받은 주소로 둘이서 태릉 옆 그 집을 찾아갔다
영문학을 전공해 영광 해룡중 근무하며 친구를 꼭 닮은 전주출신 국어선생님 맘에 들어
복기랑 셋이서 머리짜내 토요일 오후 광주에서 송광사 들어가 광주행 막차를 그냥 보낸 뒤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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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김희나 결혼을 축하한다
멋지게 즐기며 살기를 기도한다
낙성대역 흙서점에서 책을 사 현금 없어
집에 와 온라인뱅크로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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