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결혼식

정종배 2021. 4. 11. 09:55


결혼식 / 정종배

4월 10일 오후 4시
올해 처음 결혼식에 참석했다
서울대 교수회관 예식장이 다섯 군데
찾아 헤매 정시보다 늦게 도착했다

천리 먼 고향 학다리에서 올라오는
알친구 상룡이네 첫 혼사이고
그 친구와 각별한 사이여서
성치 않는 몸 이끌고 갔는데
고향 친구는 나 혼자였다

친구는 몸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 그것도 실했다
내 옆집 광자도 일학년 짝궁이라며 만날 때마다 입이 닳도록 자랑한다
동창교 가메다리 잉어방죽 멱 감을 때 눈들이 모두 친구 가운뎃다리에 쏠렸다 학교 변소 벽에 누구와 누구는 ♡했다네 주인공이었다

친구는 사춘기부터 몸이 아파 독한 약 기운으로 시력이 약해져
설 지내고 대보름 사이에 친구들과 일년 신수보러 순례하면
꼭 사주에 아들 큰 인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고3 휴학하고 서울대병원 안과에서 한쪽 눈을 유지하기 위해 의안을 낄 수밖에 없었다

창경궁 앞 원남동 사거리 여관에서 친구를 대학 신입생인 내가 간병인으로 함께 했다
벚꽃놀이 상춘객 청춘들이 밤새 사랑을 나누는 옆방의 앓은 소리가 환장하게 싫지는 않았다
일주일 순환되지 않아 방값을 더 얹어줘야 했다

지금은 호텔로 변했다 창경궁 벚꽃은 사라졌고
팬데믹으로 외국 관광객 오지않고 종3 종묘 앞 할아버지 여기 올리 만무 쓸데 없는 걱정까지
지난 번 대학로에서 안국역까지
밤길에 옆을 지나며 추억을 꺼내 걸었다

서울대병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객기를 부린다고 밥값을 내지않고 도망하는데 눈이 아픈 친구가 걸음을 빨리 걷지 못해 가슴이 더 조여왔다
다음 날 밥값을 치렀다
친구는 서울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여자를 만나 받은 주소로 둘이서 태릉 옆 그 집을 찾아갔다

영문학을 전공해 영광 해룡중 근무하며 친구를 꼭 닮은 전주출신 국어선생님 맘에 들어
복기랑 셋이서 머리짜내 토요일 오후 광주에서 송광사 들어가 광주행 막차를 그냥 보낸 뒤 결혼했다
친구는 학다리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전근해 작년 정년퇴직했고 이기반 시인이 외삼촌인 시인 최선생님은 먼저 명예퇴직했다
둘이서 광주 상무지구에서 나주까지 영산강 강둑 따라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있다
아들 둘을 뒀다 엄마 아부질 닮아 키 크고 몸이 넉넉하고 얼굴도 미남이다 농구를 즐겨했다
전주시내 인정 받은 사자 인물을 둔 외가
외할아버지 너희는 부부교사 아들인데 공부도 못하면 어쩌냐 걱정하다 입이 함박꽃으로 자랑한
광주에서 일반고 나와 큰아들은 인문대 졸업 변호사 둘째는 이공대 서울대 졸업 27살에 환경공학 박사학위 논문 인용 횟수가 세계 5위 안에 들어간다

어릴적 자란 인물 많은 월봉마을 이사한 명암 방앗간 집터 좋고
함평읍 우백호 함평군 최고 길지로 알려진 대화마을 진산인 곤봉산 선조묘 친구 대 아니면 아들 대에 발복한다는 부모님 말씀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친구동생 상구는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퇴임했다
곤봉산 너머 산음 마을 '봄비'의 이수복 시인 고향이다 광주노씨 집성촌 초동 큰고모 시집간 마을 노춘귀 선배 아들 노강산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으로 가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함평학다리고 교정은 양택지로 함평 으뜸인데 레슬링 골프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했다 진산인 곤봉산과 우백호 수산봉의 정기라 할 수 있다 수산봉 아래 해동 노동자 시인 조영관이 고향이다 수산봉이 조산인 향교 출신 이용섭 광주 시장이다

학교 정문 우측에 영광 조운 시조시인 더불어 해방정국 뛰어난 참여시인 전남 문학 휘잡다가 북으로 가 평양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최석두 시인의 탯자리이다

한동훈 김희나 결혼을 축하한다
멋지게 즐기며 살기를 기도한다

낙성대역 흙서점에서 책을 사 현금 없어
집에 와 온라인뱅크로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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