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헛간

정종배 2021. 9. 12. 10:16


헛간

이제는 곳간보다 헛간에 눈이 간다
아니 쌓아 두는 것보다
내주는 것이 더 낫다
알차게 살아온 지난 날도 괜찮았지만
헛살았구나 뒤돌아 서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석일 때
헛간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봄철 꽃 구경도 눈부시지만
가을날 화려하게 헤어지는
수해바다 메마른 단풍잎을
바라보기 더 편하다
곳간에 쓸만한남 연장도 없지만
헛간아 네가 있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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