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산보길
진관사 주차장 건너편
멀쩡한 산자락 깎아내
산보길 하나 새로 났습니다
이른 봄 멧돼지가 새끼들과
바위 틈새 눈을 뜬 어린 새싹 싹 쓸어
주린 배를 채우는 방법을 가르치고
뒤 이어 고라니 한 마리 신록 그늘 아래에서
키 작은 찔레꽃잎 씹으며 선한 눈 깜박이며
초가을 원앙새 첫비행 연습 서툰 날갯짓
온몸으로 받아준 물웅덩이
포크레인 큰입으로 돌멩이 걷어내고
가장자리 정원석 세우고 시멘트 옹벽을 쳐
멧돼지 고라니 원앙새
이제는 오지 않고
오르내릴 길도 없이
의자 몇 개 놓고서
보안등 불빛이 밤을 샌다
읍내성당 성탄 전야 자정미사 끝내고
눈내리는 고향집 오는 길
천연기념물 숲쟁이
대동 향교 신자인 문기 성네
쌓인 눈 터는 대밭 사립문 앞에서
아픈 엄마 손을 잡고 부르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가를 나직하게 되새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만상이 잠든 때
홀로 양친은 깨어 있고
평화 주시려 오신 아기
평안히 자고 있네 평안히 자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