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길
진관사 극락교와 안양교 사이의 주차장 건너편에
걷기 좋은 한길이 뚫렸다
한글길이라 이름지어 바위에 새겼다
극락교 쪽 한글길 길섶에
사가독서터 표지비도 세웠다
김신조 일당이 지나간
응봉 능선 산자락을 끊어내
골짜기 바위로 석축을 쌓아서
물길을 곧게 펴고
흙길을 갈고 닦아
가로등 설치까지 끝낸 뒤
산보하는 사람들이 다닌다
매년 이른 봄이면 새싹이 돋아 올라
멧돼지 가족이 골짜기를 쓸고 간다
올해는 풀잎 한 잎 없지 싶다
수 천년 물길이 자리잡아 수놓은 계곡의 바윗돌
포크레인 한삽이 옮기지 못한 바위 몇개가
옛 물소리를 노래하지만
고라니 한 마리 오지 않을 한글길
새 길은 풀과 꽃과 나무를 뽑아내고
바위를 옮겨내 동물을 밀어내고
번뇌를 떨치려 걷고 앉는 사람들 힐링의 한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