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다듬기
월요일 이른 새벽 눈 뜨자 집사람 쪽파를 다듬자며 나간다
논에 심은 쪽파인지 대가리에 훍이 많다
의자여 앉아서 다듬으면 허리가 아프고
식탁에 기대 서서 다듬으면 목이 아파
얼어섰다 앉기를 번갈아 반복했다
한단을 거의 다 다듬어 아 곧 끝나겠구나 두 손이 빨라지다
아 이거 아니네
실파같은 쪽파로 짱박기를 해놓았다
마음이 불편해도 꾹 참고
두 단째 다듬다 똑 같은 짱박기로
이것들이 뭐같은 장사치들이 중얼댔다
집사람이 아 그것 파장을 만들어
곤드레밥 비벼먹으면 되니까
꼼꼼히 잘 다듬으라는 명령에
입 안에 침이 고여
매운 맛에 눈물 흘리는 것마저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