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폭포

정종배 2022. 3. 25. 20:06

폭포

절벽에 물이 곧게 떨어지다
바람 없는 날에도 부서져야 폭포다
얼음이 가장 먼저 얼었다
가장 늦게 풀리는 바람받이 물보라에
바위틈새 이끼가 자라고
뿌리내린 소나무가 늙어간다
천년 전 진흥왕은 순수비를 세우려
말갈기 휘날리며 오르고
반세기 전 김신조 일당은 청와대 습격하려
한겨울 별밭아래 폭포를 에울어 헤쳐갔다
폭포는 정직하고 솔직하다
진관사 부처님 오신 날 대비하여
한 달 전 연등이 걸리는 날에도
응봉능선 폭포는 얼음으로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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