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

간토(관동)대진재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정종배 2022. 9. 5. 19:12

 

 

"기억,계승"
간토(관동)대진재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

2022년 9월 1일 늦은 7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서 치러진 간토학살 제99주기 추도문화제에서 '시민모임 독립'의일본인 무라야마 선생이 읽은 추도문이다.

무라야마 선생은 우리식으로 72학번이고, 따님도 한국에서 한일시민간의 교류협력과 관련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살면서 일본인이 꼭 알아야 할 일을
때로는 한국인에게 일본에 대해 알려 주고 싶은 일을 글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제 일이라 생각하는 일본 사람입이다. 반갑습니다.

지금은 <시민 모임 독립>에서 "한국근현대사 답사"에 한국에 사는 몇몇 일본 친구들과 함께 참가하면서 일제강점기와 한국현대사의 현장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생생한 선인들의 발자취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 자신의 기억처럼 가슴에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9월1일 . 99년 전의 오늘을 일본 사람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을 통해 그 기억을 공유하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조선인 학살이라는 역사는 전해지지 않고 단순히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훈련의 날이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학살의 역사를 가리고 스스로 저지른 끔찍한 과거에서 눈돌리고 싶어하는 범죄자와 같은 태도였던 것입니다.

아무리 그 당시 군인과 경찰이 유언비어를 흘려 조선인에 대한 증오와 공포심을 부추겼다 해도 인간으로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것은 자경단이라는 이름의 미간인이 스스로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그 엄연한 사실을 100년 동안이나 모르는 척 했다고 해서 그 사실이 절대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책임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상처가 없었던 걸로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곪았는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역사 앞에 눈을 가리지 않고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학살이 일어났던 관동지방 각지에서 그 지역의 향토 역사 연구자와 교사,시민 유지가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도쿄, 가나가와, 치바, 사이타마, 군마 등 각각 지역에서 학살의 현장을 발굴하고 기록자료를 발간하고 추도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나중에 이 단체들이 점차 상호 교류를 하게 되면서 정보 교환,활동 협조로 이어갔습니다.

2003년에 학살 80주기 희생자 추도 심포지엄 개최한 후 그 때까지 개별활동을 했던 단체가 공동으로 <간토 대진재 조선인학살의 국가 책임을
묻는 회>를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금도 계속 일본 정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진상을 규명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랫동안 성실하고 꾸준히 지속해 온 활동이 일본 사회를 크게 바꿀 기폭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정부와 언론을 통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방해 공격의 탓이라고 봅니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자민당정권은 작년의 도쿄올림픽 개최와 마찬가지로 아번에는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치른다고 합니다. 과반수가 반대하는 일을 국회조차 열지 않고 국무회의에서만 결정하고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일본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국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뜻이 있는 일본 시만들은 한국 시민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1960년 냉전체재에서 미국 진영에 편입시키려는 아베의 외할아버지 키시 정권에 맞서 평화국가를 지키려고 싸웠던 시민,노동자들은 4월혁명의 소식을 듣고 "우리도 한국처럼 싸우자" 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1980년5월 광주시민의 민주화 투쟁이 한국보다 먼저 일본에 전해졌을 때 "광주 시민을 죽이지 말라"고 연대를 외치면서 도쿄 도심을 데모했던 일본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87년 6월항쟁을 연세대 어학당을 다니면서 겪어 봤고 그 30년 후에 다시 한국에 와서 광화문 광장에서 첫불을 들면서 해방공간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늘 같은 시대를 호흡하면서 공통된 과제에 맞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역사의 과제를 앞으로 한일 시민의 연대로 반드시 풀오낼 날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일본은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의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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