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와 도산서원
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 숙소에서
겨울비가 성글거려 머뭇대다
예던길 끝트머리 청량산
육육봉이 보이는 전망대를
기를 쓰고 올라가
내앞 출신 76학번 과 동기인 김승종 시인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여
입학한 해부터 태어난
안동호 물안개가 피어 오른
낙동정맥 능선 위에 해돋이를 알현하는 사이에
청담동 외우 용환 즐런 부부
새벽 여명 물드는
한강 따라 달리기는
오늘도 멈추지 않았다는
페이스북 소식에 댓글이 내달린다
도산서원 입구 걷는 길 첫 구비
공자의 77대 종손이 지은 한시
<추로지향>을 새긴 시비 뒤
천원 지폐 뒷면의 배경인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 한 마리가 금이 간 얼음 위를
몇 번을 넘어졌다 일어나 안동호를 건너서
의촌리 솔밭 대신 솟아난
갈대밭 속으로 들어간다
도산서원 오가는 유일한 의촌리 외나무다리는
안동호 용궁의 물고기 놀이터가 되었다
오늘 새벽 올해 들어
최저 기온 이어져
낙동강 두꺼운 얼음을 마음 놓고
고라니가 짝을 찾아 건너길 기도한다
강추위에 도산서당 매화원
매화의 꽃봉오리 단단해져
내년 4월 매화 향기 멀리 날면
벗들의 손을 잡고
도산서원 꽃구경 가야겠다
외나무다리 사진은 (사)경북근대문화기록원 사진아카이브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