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붉은솔밭

정종배 2018. 6. 3. 21:37

 

 

붉은솔밭

 

정종배

 

 

붉은솔밭에

저녁노을 자리펴면

유기견 삼총사 별을 헤며 잠자리 들어가려

김신조 루트였던 응봉능선 오른다

멧돼지 가족들 줄지어

진흙탕 목욕을 즐기려

잦아드는 물소리 좇아서 능선을 내려온다

멧돼지 가족과 마주친 응봉능선 좁다고

유기견 컹컹 짓는 소리 다급하다

소쩍 소쩍 우는 소쩍새

둘 중에 어느 누가 이기나 응원 소리 별나게 구성지다

적묵당 뒷담장 또랑시인 맞다트린 멧돼지 가족들 주춤대다

열 두마리 새끼들 물소리 사라진 계곡을 다 건널 때까지

어미멧돼지 또랑시인 눈빛을 떼지 않고 끝까지 주시하다

경사가 심하여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지 못하고

골짜기 옆으로 이동한다

숨죽였던 낙엽들 멧돼지 가족들이 밟는 소리

잦아든 물소리 되살린다

 

오늘밤 음 4월 19일

넷째 쉰 여덟 생일

살아 있다면

성 잘 있어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래요

들어갔시오

대답할 새도 없이

밥 대신 술로 세월 보내며

가정폭력 이어오다

끝내 이혼 당하고

요양병원 전전하며 연명하다

아버지 제삿날

못 내려온다 전화하고

기분 전환 운전하다

추돌 당해

대수롭게 여기며

멧돼지처럼 잠을 자다

사흘 뒤 그대로 심장 정지

 

나한테 성이 해준 게 뭔데

셋째성에게 대들듯 응석부린

취한 네 목소리 듣고 잡다

 

싸리나무 꽃가지

멧돼지 가족들 스쳐가는 길섶에서

박수치며 꽃향기를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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