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말로 둥지를 틀며
함평군 마산리 진주 정가 집성촌 표산 초가지붕 아래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끝내고
사거리 명암으로 이사하여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북아현동 익선동 중화동을 오가며 군 생활과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쳤다
목포에서 첫 직장 생활 일 년 하다 결혼하고 성가하여
재 상경 한 후 흑석동 안양 석수동 대조동 역촌동 등촌동 인천 부평동 산곡동 이문동 불광동 이문동 석관동에 둥지를 틀다
오늘 은평 뉴타운 제각말로
지금까지 비닐하우스로 들어간다 해도
그러마고 무능력과 무관심에
가난한 가장으로 15번째 둥지를 옮기는 중에
번뜩 양심이 찔렸다
미안하고 고맙다
집사람을 이사의 달인으로 등극시켜
2016.5.2.
이순(耳順)의 출근길이 환하다
꿩꿩 꿩꿩 모란동백 피었다 진다 꿩꿩
꿩꿩 꿩꿩 봄이 왔다 간다 꿩꿩
꿩꿩 꿩꿩 보고 잡다 꿩꿩
콧물 훌쩍이던 어릴 적
고향 뒷산 왕구데미 8장수 무덤에서
학교가라 시오리길 재촉하던 꿩 소리가
오늘 아침 제각말
밤새 비바람에 엉크러진 연둣빛 숲을
국민학교 입학한 막내누이 머리칼
아픈 몸 일으켜 세워
참빗으로 곱게 따주시던
엄마의 손길로 와 닿아
두 귀가 순하게 내려앉아
출근길 환하다
2016. 5. 4
삼천사 계곡에 앉아 벌을 섰다
삼천사 골짜기 바위 틈새 올해 처음 핀 양지꽃을
저 혼자 피었다 지게 하였다고
어린이 날 봄볕에 불려나와
삼천사 계곡 물소리를
반나절 바라보는 벌을 섰다
이런 벌은 언제든 부러 달게 받겠다
바위에 부딪치는 물소리에 굽이굽이 꽃향기를
마음에 얹어 흘러 보내겠다고
몇 번이고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섰다 용썼다
응봉 밑 소나무 숲 그늘에 깃든 꿩들이
꿩꿩 꿩꿩 아직 멀었다 꿩꿩
나를 놀리는 듯
간간히 꿩꿩 꿩꿩 울어댔다
꿩꿩
2016. 5. 5
여복
연휴 끝나고 출근길
자리는커녕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종점부터 자리 잡은
앞좌석 젊은 여자가
자꾸 옆 신사 쪽으로
머리를 기대다
점점 기울어지더니
가슴을 지나
인제 아주 허리까지 이르렀다
검은 테 안경의 신사는 지그시 눈을 감고 미동도 없다
때마침 전동차는
앞선 차량 고장으로 인해
서행에다
전철역마다 오래오래 멈추었다
2016.5.9
이 좋은 봄날에
오늘도 사람과
더불어 걸어야겠다
연둣빛 그늘방석 펼치는
오월의 숲 향기로
이 좋은 봄날에
참 좋은 생각으로
지금여기
가장 가까운 사람과
늘 좋은 나날이길
2016. 5. 9
용출정에 올라 앉아
향로봉 비봉 응봉 문수봉 715봉 나월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 백운봉 염초봉 원효봉 노고산 이말산
미당 선생님께서는 말년에 매일 아침 눈을 뜨시면 정좌하고 기억력을 놓치지 않으려 기도하듯
전세계 산 이름과 높이를 1625개까지 외우시며 시를 노래하였다
저 삼각산 서북쪽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은평역사박물관 눈썹 위에 자리잡은 용출정에
퇴근하여 아픈 발을 조심스레 내딛어 올라 앉아
지난 30여년 전부터 저 봉우리와 능선을 오르내리며 눈에 익은 등산로 길섶에 피었다 지는
풀꽃들의 이름을 꺼내어 올봄 안부를 묻고 있다
나는 어떤 이름과 어느 높이의 봉우리를 쌓고 쌓아
사람들과 산짐승들에게 등산로를 내주며 산그늘 좇아 무슨 풀꽃을 기르려
저 잘 생긴 용출봉 바위이마 마주하며
용출정 난간에 나앉아
저 산꼭대기와 그 그늘아래 꽃잎 피었다 지우는
풀꽃들의 이름을 외우며
노을빛에 단단하게 배어들고 있는지
2016.5.11.
절집 하나 스님 한 분
짧은 명줄 이으려 당골래 비나리로
모악산 용천사에 터를 판지도 60년
퇴직 후 숲 속에 몸과 마음 맡기려
가마봉과 매곡산 사이
진대계곡에 밭을 마련한 지 6년
시인 백석과
기생 진향에서 자야 나타샤 길상화로 꽃잎 펼친
김영한의 사랑을
성북동 길상사에
맑고 고운 향기의 전설로 풀어놓은
무소유 법정스님께서 한눈에
다섯 번째 상좌로 삼은 덕운스님
이판사판 길상사 주지 5년 독을 빼고 삭히려
진대마을 터줏대감 황영감 맹지 집을
인터넷으로 뒤져
결국에 속아 사들여
청운암 암자로 꾸며
차 마시려 찻잔만 들어도
물소리 새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푸른빛으로 물들어
한참이나 스님과 눈인사 나누며 머무는
구름도 3년은 그냥 허허 흘러 보내겠단다
선승으로
예불은 아예 손도 되지 않아
목탁은 잡아 본지 오래고
소쩍새 뻐꾹새 울음에도 어긋나는 죽비소리
부처님 오시는 날
연등도 절집 안에 70개만 걸어 놓고
바깥 산짐승과 풀꽃에는 불빛 얼씬도 않게
부드러운 산 능선에 차 향기만 마냥 내걸어
오이 고추 몇 주 심은 핑계 삼아
물을 주고 고추새순 접어주러 들어가면
꼼짝없이
붙들려 주저앉아
배터지게 마신 차향을
자랑 삼아 푸른 구름에
신물나게 실어 놓은
꽃 피고 새 우는 이 좋고 환장한 봄 한철
절집 하나 스님 한 분
2016.5.20
연서시장 버스정류장
노무현 대통령 7주기인 월요일
진관사 아미타불 앞에 합장하고
하늘 한 번 쳐다 본 뒤
출근길
연서시장 버스정류장 한참 못미처
차가 밀린다
바퀴가 고장 난 유모차에
폐지를 가득 실은 할머니가
힘겹게 차선 하나 차지하고
엄숙하게 역주행 중이다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2016.5.23.
요양원 꽃밭에
장기요양원 꽃밭에
낮에는 햇살
밤에는 별빛 달빛
구름과 바람을 밤낮없이 섬기고
달리는 자동차 소음까지 쌩쌩 받아들여
이슬과 빗방울로 눈과 귀 낯을 씻고
향기롭게 새소리 기다리지만
벌 나비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휠체어에 비스듬히 누운 채
북부간선도로 변
장기요양원 꽃밭 작은 꽃들에게
간신히 고개 들고 눈 마주쳐 반겨주며
소식 없는 자식과 손주들
이름과 얼굴을 가물가물 되새기다
봄볕 아래 자울 자울 졸고 있는 노부부
2016.5.24.
꽃봉오리
한결같은 마음으로
언제 어디서나
지금여기
꽃봉오리 아니리
저녁 먹고 산책길에
진관사 향적당 마루에 앉아
한옥마을
습관처럼 마실길 걸어 진관사를 향해
아파트와 한옥마을 경계인
생태다리 아래를 넘어 서자
군부대 야간사격 총소리가
수도서울 서북쪽 끝 접경지대
깊은 밤을 잡아 흔들고 있었다
소나무는 껀정하게
맹꽁이는 맹꽁맹꽁
돌담장은 단단하게
소쩍새는 쏘쩍쏘쩍
함박꽃은 새하얗게
들개들은 컹컹컹컹
진관사를 달과 별들이 호위무사로 둘러싸고
경계와 경계가 다투어 경계를 짓고 지우며 야단법석
밤안개가 모든 경계를 끌어내려
한밤 내 휘감아 원융회통
물소리 새소리에
총소리가 묻어나는 접경지대
우리 국토 어느 한곳
접경지대 아닌 곳이 없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바로 접경지대
2016.5.27.
현충일
밤꽃 내 천지가 진동하는
현충일 이른 새벽
1968년 1.21
남조선 대통령 목을 따러
하룻밤 새 산길을 시간당 10km씩 뛰다시피 청와대 급습
31명 무장공비 침투로 옆길에서
아직 부처님으로 해탈하기 전 바위로
그 북한군의 가열 찬 눈빛과 발자국 새기고 헤아렸을
진관사 아미타불 앞에 절 세 번하고
새벽하늘 올려다본다
한밤 내 별빛을 손구구로
담소를 즐기며 두런두런 하트를 오려내다
새벽빛에 헤어지기 못내 아쉬운 듯
한 그루 한 그루 소나무 한 그루가
펼쳐 놓은 소나무 숲 향기에
숨이 멎고
새소리도 저절로 합장한다
청딱따구리가 소나무 옹이를 뒤지며
새벽을 부지런히 쪼아대
온 누리가 향긋하고 경외롭다
2016.6.6
서로를 탐하여
한밤 내 서로를 탐하여
아침이 되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큰메꽃과 꿀벌처럼
나와 이웃을 사랑하였는가
정성을 다 해
온힘을 다 해
목숨을 다 해
지금여기
나 자신과
가까운 이웃을
한결같이 사랑하라
2016.6.2
메꽃과 꿀벌
한밤 내 서로를 탐하여
아침이 되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큰메꽃과 꿀벌처럼
나와 이웃을 사랑하라
정성을 다 해
온힘을 다 해
목숨을 다 해
지금여기
가까운 이웃을
한결같이 사랑하라
2016.6.2
마눌님과 시
노을은 구름이 끼어야 황홀하게 배어들고
잘못이 있어야 용서가 필요하듯
헤어짐이 있기에 사랑은 영근다
물소리와 바위가
나무와 바람이
당신과 내가
한때 저 밤나무 줄기에 청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을
마눌님 것보다
더 동그랗다며 설레었다
시집 다섯 권을 자비 출판하며
아직 단 한 권도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마눌님을 감히 시와 견주는
물소리 보트라진 또랑시인
내일 정상 출근 가능할까
민들레 홀씨야
정종배
홀씨 홀씨
민들레 홀씨야
안전 보도블럭
틈에 퍼진
민들레 홀씨야
꽃샘추위
비바람에
거저 피진 않았겠지
소나무 그늘과
물소리 새소리에
바위 꼭대기라도
누구든 원하면 그저 주어라
웬수의 발걸음 소리에
손 먼저 내밀어 앞장서라
2016.6.14
풀꽃
길섶에 핀 애기똥풀꽃 한 송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차려 입을까
애쓰지 않는다
어느 임금 수라상도
어느 황제 곤룡포도
이 꽃 한 송이에 견줄 수 있을까
내일 걱정은 내일 하고
오늘 수고는
오늘로 충분하다
지금여기
제일 가까운 이에게
최선을 다 하는 멋진 나날이길
2016.6.18
곤충호텔
-은평한옥 마을 느티나무 아래 곤충호텔을 지나며
지금까지 사람만큼 잔인한
동물이 또 있을까
자기들 살기 좋게 산과 들 계곡과 연못을
돌리고 깎고 메워
내세우긴 좋아해
곤충호텔
멋들어지고 폼 나는 건물을 지어
똥폼 잡고 아파트에 살 듯
층층 구겨 넣는
소통과 배려
정말 사람스럽다
20116.6.24
종로3가역 환승
월요일 출근길
3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 통로
갓 결혼한 새댁이
신혼여행 화장품을 담았던
작고 멋진 캐리어
앙증맞은 바퀴 소리
그 소리
처량한 그 소리
요란하게 끌고 간다
한참 어젯밤 사랑의 갈무리로
단꿈에 깊이 떨어져야 할
이른 새벽
모자란 잠을 묵묵히 걸으며 달랜다
누구 하나 말없이
한 주일 사랑과 꿈을
환승하고
또 한 주를 환승하려
전동차를 기다린다
하루와 또 하루
한 호흡과 한 호흡
그 사이가
삶이고
삶이
곧
환승 아닌가
진관사 회주 원로 비구니 무위당 진관스님 열반에 드시어
다비식 준비에 분주한
진관사 대웅전 뜰 안
연꽃 벙그는 소리에
방울방울 이슬방울 환승하며 구르겠다
2016.6.30.-7.4
진관사 회주 무위당 진관스님 다비식에-장마
진관사 연화분에 연잎이 가랑비 빗방울
한눈에 알아보듯
슬퍼하는 사람들 곁에 앉아
가랑비처럼 가랑가랑 울어주고
비바람에 꺾이는 연꽃 한 송이
가섭존자 미소 머금듯
원수라도 가뭄에 단비인듯 무조건
받아들이는 하루이길
그리고 기도하라
가난한 마음이 가난한
가장 가까운 사람을 위해 연방죽에
연잎들이
장대비 빗방울 소리로 춤 추고 노래하듯
기도하고 기도하라
스님 불 들어가요
2016.7.5
열쇠
그 열쇠
그 사랑의 열쇠
그 사랑
그 사랑의 열쇠를
당신이 하늘에 매면
그 사랑 하늘에 매이고
그 사랑
그 사랑의 열쇠를
당신이 땅 위에 풀면
그 사랑 땅 위에서 풀린다
그 사랑
벼랑 끝에서 절박하게
사랑하였고
그 사랑
막다른 길까지
다 사랑하였으며
또한 끝까지
그 사랑을 지켰다
오직 그 사랑만이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사랑하게 해주셨고
그 사랑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헌데
그 사랑의 자물통이
고장 나 버렸다네요
풀꽃 한 송이 쥬리아
풀꽃 한 송이 좋아하듯
사랑하라
풀꽃 한 뿌리 자리 잡듯
사람을 사랑하라
풀꽃 꽃봉오리 터지듯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
조심하라 사람을 조심하라
많이 가진 자를 더욱 더 조심하라
기도하라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
가난한 마음이 가난한
가장 가까운 이를 위해 목숨 걸고 기도하라
서민을 위한 창조적 복지국가
7호선 중화역 3번 출구
목요일 출근길
봉화산로 2차선
조금이라도 늦으면 일당 깎이는
무단횡단 서민들
5분 빨리 가시려다
50년 먼저 가버리시면 남은 가족들 어쩌시려구요
경찰관이 끊어준 경범죄 범칙금 스티커 손에 쥐고
친절한 안내와 안전 도움말 끝까지 다 듣고
어느 누구의
황제 노역
하루 일당 5억이나
400만원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하루 일당 반을 날리고
창조적으로
허 허 웃어넘기는
창조경제
창조질서
최전선
봉으로 모시는 서민들
언제부터 서민들 생명까지
창조적으로 지키는
창조적으로 안전한
창조적인 정부
창조적으로 행복한
창조적 복지국가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813일인
2016.7.7
거룩한 분노
어젯밤 비바람에
방울방울
빗방울만 떨어지지 않았다
진관사 주차장에
방울방울 솔방울도 떨어져 굴렀다
건너편 한 그루 시멘트에 뿌리까지 다쳐
비실거리다 싹둑 베어 벌써 어디론가 사라졌다
엊그제 큰 스님 다비에 화목으로 명을 다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인간들
인간적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들
한 그루
소나무 한 그루
기운 차리라며
몸통 앞뒤로 링거 세 병 꽂아
국립공원 환경 지킴이가
수시로 보살피며 체크해 기록한다
늘 푸른 솔밭에 갑작스레 시멘트 공구릴 쳐
그 시멘트 독한 세력에
손쓸 새도 없이 나가떨어진
붉은소나무
미처 방울방울 솔방울
조등을 내걸지 못하고
고사목으로 버티는 안타까운 시선 부담 되었는지
밑동을 담요로 에워싸 살리려 애쓰는 호들갑이 고맙긴 고마운데
그 넉넉하고 배려심에 쩐 인간들아
비록 좁은 땅덩어리라지만
한 치만 더 넓게 남겨
숨 좀 편히 쉬게 두었으면
이러진 않았으리
몸통과 가지와 잎사귀는 꺾이고 부대끼고 베일 수 있지만
뿌리까진 썩어 상처를 입히면 버틸 수 없어
이미 목숨을 내놓은 지 오래다
이 인간들아
2016.7.8.
소나무를 보는 법
농부인 아버지는 고향 함평 마산리 표산 뒷산 8장수 무덤 에워싼
소나무 가지에서 소 멍에자루 찾았고
덕운 스님은 양평 노문리 가마봉 솔잎을 가려 뽑아 솔잎차를 담아
법문 대신 선남선녀 반겨 맞고
고향 장성 붉은 소나무 즐겨 그리는 박정기 화백 소나무는 점점 붉게 힘이 솟고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이 옮겨 심은 청량리 옛 홍릉수목원 130여 살 자신 반송은 국경 너머 인류애 그늘을 한 뼘 더 늘리며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의 청리은하숙은
다쿠미 선생의 조선오엽송 노천매장법을 그대로 심고 가꾸며
야마나시현 청리고원 쭉쭉 뻗은 홍송보다
후지산 꼭대기보다
더 높이 쑥쑥 자란다
또랑 시인은 사랑의 시를 쓴다는 핑계로
비구니 사찰인 진관사 경내를
어슬렁거리며
갖은 방향으로 뻗은 소나무 가지에
연리지나 없나
시도 때도 없이 두리번거려 비구니 스님을 놀래킨다
2016.7.12
여복
연휴 끝나고 출근길
자리는커녕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
출발역부터 자리 잡은
앞좌석 젊은 여자가
자꾸 옆 신사 쪽으로
머리를 기대다
점점 기울어지더니
가슴을 지나
인제 아주 허리 가까이에 이르렀다
검은 테 굵은 안경의 신사는 눈을 감았는지
미동도 없었다
때마침 전동차는
앞선 차량 고장으로
가다 서다 서행에다
전철역마다 오래오래 멈췄다 섰다
추임새로 장단을 맞췄다
2016.5.9.
수평선
바다 난바다
수평선으로
당신 당신을
사랑으로
고요 고요하게
내걸어 놓습니다
해 해돋이는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파도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
선을 그 선을
넘고 넘습니다
나 나는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2016.7.20.
권금성 케이블카
친환경 친환경이라
가장 친환경이라며
권금성 권금성을
올라 권금성을 보라
어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반기든가
사람 사람들
참 사람들
동물 동물 중
가장 잔혹한 동물
2016.7.20
설악산 권금성과 쿠데타
봉이 김 선달 아니
봉이 박 선달
그 보다
큰 스승 구상 시인이
유신 이전까지 사석에서 불렀다는
박첨지
안개 숲에 권금성
시계 제로라도
꾸역꾸역
오르내리는
국내외 관광객
자자손손 손 놓고
바라만 봐도 배부른
성공한 쿠데타
그 할~배
그 후~손
2016.7.20.
포켓몬스터와 속초
대한민국
국내법이
손쓸 수가 없는
치외 법권 무정부 상태
눈앞에 떠오른
몬스터 담으려
머슴이 권좌에 올라
옛 주인이 밥그릇을 차버린
금강산 관광 끊긴 지 8년으로
한적하던 한숨에
파리 날리던 속초
동해안 7번국도 따라
이곳저곳 새로운 150마리
시도 때도 드글드글 나타났다 사라져 볼만하다
한반도 어디든
접경지대 아닌 곳이 없다
실제적으로 남북 공동 살아가는 법을 시험하던
개성공단 폐쇄한 뒤로
동해 접경지대를 포켓몬스터 고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동구역으로
몬스터가 새로 지정하였다
홍련 홍련암 관세음보살
스쳐 몇 걸음 걷다
깜박하는 사이
포켓몬스터 따뜻한 손
몬스터 고에 넋을 놓은 젊은이 손을 잡고
철조망 넘고 넘어
통일 대박 맞으려 훨훨 날아올랐다
파도는 관음굴을 끊임없이 치대었다
그 몬스터가 바로 관세음보살
부처님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열대야 주의보
열대야 주의보로
잠을 설쳤는지
아니면 한밤 내
기름 참기름 짜내다 그랬는지
하여간 신혼부부
아침 출근길 7723번 지선버스
뒷자리 자리 잡곤
에어컨 용량을 안방만
응접실까지
팽팽하게 사자 말자
몇 번 주고받고 줄다리기를 하다
급기야 산다 못 산다
그럼 이혼이다
물건 고르듯 사랑을
살아가는 법을
참 쉽게도 너무 일찍 터득하였다
코끼리만한 몸집이 헉헉거리며
구파발역 2번 출구
계단을 버리고
암팡진 아내를 내던지고
잽싸게 횡단보도 건너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위에
가정과 사랑을 내려버린다
한여름
산안개로 둘러싸인
설악산 권금성에
꽃을
풀꽃을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
안개 숲 사랑
안개 안개로 안개 숲으로
당신 당신을 감싸 안고
산길에는 산안개로
바닷가에서는 바다안개로
당신을 당신의 사랑을
당신을 당신의 사랑을
눈 눈앞 너무 너무 깜깜해
손 손을 꼭꼭 잡을 수밖에
대풍년
서종면 노문리 진대마을
고추농사
고라니가 싹 쓸어버렸다
지금껏 지은 농사 중
풍년 대풍년이다
그 마음
어부가 바다를 향해
닻을 풀 때
농부가 물꼬 보러
삽을 들 때
청운암 덕운 스님
죽비 들 때
티벳 조장 집도자
도끼 들 때
비가 비가 수평선
선을 탈 때
취사 당번 눈비비고
일어 날 때
당신 당신 향해
출렁 일 때
어머니
파도가 쉼 없이 모래를
쌀을 일듯
씻고 씻어
암탉이 알을 품듯
굴리고 굴려
모래사장
반반하게 다져놓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늘
그렇습니다
주전골
장마 뒤 설악산 주전골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새하얀 물소리에
이미 올가을 단풍잎 향기가 실려 있다
여름 한철
먹구름은 능선과 산꼭대기의
높이를 재빠르게 재고
장대비는 산골짜기 깊이를
억수로 재고 재는
장마도 끝나 가는데
어느 곳
어느 사람의 높이와 깊이를 재고 쟀을까
사람을 대접할 때는
사람을 대할 때는
손님맞이 하듯
먼저 바로 보고
끝까지 잘 듣고
완전히 뒤집어
변화하여야
그렇게 하여야
사람을 똑바로 대접하였다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듯
길을 걷다 발걸음 멈추어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듯
멍에와 짐을 허리를 굽혀
기꺼운 마음으로 짊어지면
커다란 멍에는 편하고
무거운 짐은 훨씬 가볍다
짝사랑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몸을 맡겨 퍼지듯
짝사랑 그 목마름으로 더 행복하다
저녁 밥상 패랭이 꽃
햇볕이 패랭이 꽃잎 피우듯
식구에게 베풀어라
정 때문에
고부간의 갈등
무자식 상팔자
부모 원망
이제는 없었으면 한다
지나고 보니
상처가 날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양의 옷차림에
속은 하이에나
차라리 겉옷을 벗어 던져버려라
먼저 식구의 말에 귀 기울어
끝까지 믿고 들어라
자신이 뿌린 씨앗
열매의 당도는
바깥에서 흘린 땀방울 짠 농도에
식구들의 도란도란 정이 샘솟는
저녁밥상에 좌우 된다
어정칠월
어정칠월
대낮에
푸른 숲
오솔길을 걷다
푸르른 그늘에 젖었다
오늘 저녁
다북쑥 모깃불 피워놓고
푸른 녹을 별빛으로
박박 문지르며
수제비를 빚어야겠다
풀꽃과 태산
한 송이 풀꽃도
태산보다 높이 보인다
낮은 사람 앞에
슬픈 사람 앞에
공손히 허리 굽혀
최대한 몸을 낮춰
모든 이가
풀꽃이고 태산이다
규율과 결정 장애
꽉 짜인 줄을 세우는
규율 사회도 싫지만
긍정의 과잉 속에
결정 장애
피로사회는 생각하기 정말 싫다
해도 되는 것들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것들
수련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사랑의 꽃잎 펼치리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이 산 저 산 뻐꾹새
울음소리 좇아
수련꽃밭에서 사랑의 꽃대를 솟구쳤고
꽃잎을 물 위로 펼쳐 놓았다
고운 말
말은 사람을 살리고 죽이기도 한다
좋은 말은 비아그라
악한 말은 살인흉기
말 안에 말과 더불어 말을 위해
신 새벽 새소리
용출봉의 산 노을
연 방죽의 연꽃 봉오리
고운 말 꽃봉오리
꽃대를 솟아 올려
온 누리 고운 세상
고운 말 안에
고운 말과 더불어
고운 말을 위해
미운 꽃봉오리 없듯
꽃봉오리 맺어야겠다
우유 배달 아줌마
빌딩 숲 계단을
오를 때는
앞을 보고
내려 올 때는
뒷걸음질로
그 숲 계단
너무 높고 길었다
발목 무릎 허리
몸둥아리 죄 망가졌다
마음만은 팔팔하다
우리네 어머니
내 어머니다
남과 북
남과 북
지금까지 남을 판단하고 심판하여
허물과 잘못을 꼬투리로
험담과 모함
간첩과 공비
겁박과 철권
오로지 정권유지에 눈이 어두워
김씨 일가와 재벌 문어다리 무성하여
민족과 국민은 묵정밭으로
포크레인으로도 일구기 어렵게 된지 오래
보이는 것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아도 길지 않는 한 생
남의 눈에 티는 금방 들쳐 내도
제 눈에 들보는 눈 감고 꿈쩍 안 해 눈뜬 봉사
말과 글 미디어는
중지하고
서로 꽃으로 웃어라
꽃밭으로 웃고만 있어라
가만히 눈높이로 미소만 지어라
그럼 스스로 들보는 내놓을 것이다
쉼 없이 먹고 마시고 보고 돌리고
중단의 힘 번져
오늘 당장 그만 두고
경계와 경계가 허물어져
꽃밭에 웃음꽃이 환할 것이다
진관사 소나무
진관사 소나무 우듬지가
연서시장 야채가게 할머니 손가락처럼
오그라들어 오지랖이 넓은 이유는
비온 뒤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는 물소리를 위로하기 위해
된바람과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놀이하다
여리고 부드러운 비구니 스님 독경소리 귀 기울이다
집현전 학자들 늦은 밤 졸다 깨다 글 읽는 소리 궁금하여
호위무사 신장으로 사천왕상으로
선남선녀 빌고 비는 소원 들어 주려 허리 굽히다
한 그루 한 그루 다른 높이와 방향으로
가지를 뻗고 뻗다 그대로 굳어버려
저절로 아름답다 서로 묵언 합장한다
진관사 선남선녀도 이와 같이 않을까
진관사 백중기도와 나무수국
처음 피는 꽃숭어리는 눈에 띄지 않다가
한 해 한 해 거듭할수록 다가 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송이송이 한 송이마다
하찮은 일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주던 막내 누이 같은 꽃
진관사 칠성각 뒤 울력으로 심어놓은 나무수국 꽃숭어리
우란분절 공양 소리에 휘청거리다
그 아래 새로 모셔놓은
갓 연비 받은 비구니 빼닮은 약사여래상께
선남선녀 108배 드릴 때마다
흘러내린 방울방울 땀방울에
나무수국 꽃 송이송이 한 송이씩 톡톡 터져
매미 소리 드높고 저녁노을
소나무 우듬지에 검붉게 타올라
응봉 이마가 개밥바라기 보다 더 환하게 빛나겠다
곤충호텔과 메타스퀘어
은평구 한옥마을 시냇가
몇 그루 느티나무 보호수 그늘 아래
곤충호텔 정문 안내원
혼자가 아닌 멋진 두 그루 메타스퀘어
마주 보며 귀한 곤충 불러들이기 어려웠거나
심심풀이 가위바위보 놀이가 불편하였는지
등 돌아 가지를 뻗어
혼자가 아닌 둘이서
더 너른 그늘을 펼쳐
곤충을 불러들이려
우애 좋은 형제로
바람도 이곳에 오면 얌전하고 안전하게
곤충들의 노래 소리 장단 맞춰
편안하게 한참을 휘돌다 흩어진다
손님의 기분을 위해
원추리 꽃등을 내달았다
비비추꽃 꽃대를 세워 내달았다
진관사 마음의 정원
지금도 이 알량한 시와 이름을
바위에 새기려는 철부지 도랑시인
장맛비 사이사이 진관사 해탈문 앞
얽히고설킨 한자 이름과
마음의 정원이라 새긴
바위 앞에 세 번씩 절하며 오갔다
어제 저녁 한자로 새긴 이름들을 갈아 없애
드러난 바위 속살을 보았다
진관사 회주 무위당 진관스님 원적 후 49재 공덕일까
선남선녀 이름을 새길 때 그 절박한 기도는 이루어졌을까
아들 점지 받았을까 합격은 되었을까 진급은 되었을까 시집 장가는 갔을까 억울한 옥살이는 풀려났을까 속 썩인 지아비 첩데기는 떨어졌고 씨앗 싸움 끝을 보았을까 흥부네처럼 돈벼락을 맞았을까 애타는 집안 우환은 깨끗이 사라졌을까 극락왕생하였을까
한여름 밤 별을 세며 피는
목수국꽃 한 송이 보다 아직 먼 시와 이름을
어디다 새기려 들지 말고
마음 안 정원에 아로새겨
시어를 골라 쓰는 만행漫行 중에
등산객 지친 발을 씻는 진관천 물을 좇아
서해바다 수평선에 노을빛으로 환생하길 합장한다
진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한자이름들 위에 덧칠하며 새로 새긴 마음의 정원 그 글자 안에 회주 스님 원적 며칠 전에 바위 옷 이끼를 넣고 입혀 속살을 가렸다
그 고을 방귀 깨나 뀐 선비들이 드나들며
긴 수염 쓰다듬다 빠진 몇 가닥 물에 흘러 보내고
기생들과 한여름 요즘 법으로 성추행 범으로
흐트러진 상투 고쳐 맺을 계곡에 유명 짜한
너럭바위 반반한 바위에 새긴 한시나 이름들
가끔은 어느 분 글씨나 글자체라며
지자체에서 관광 홍보지까지 등장 한다
응봉 이마 바위 노을을
산 능선을 넘보지 않으려
너른 마음으로 들고나는 어여쁜 절집
담장 돌멩이들 물 먹어 목소리 가다듬어 비구니 스님들과 나란히 부처님 맞이하는
바람 부는 대로 휘어지다 그대로 멈춰라 기에
이슬 구르는
별빛 스미는
노을 물드는
산빛 스미는
눈가 촉촉한
가슴 미어진
솔향 번지는
패랭이꽃
임대아파트 단지와
중랑구 종합복지관을 이어주는
볕 좋은 옹벽 옆
좁은 인도로
줄지어 오가는
늙은 어머니와 나이 먹은 자식들
전동휠체어
옹벽에 구청에서 이끼와 잡목과 꽃을 꽂아 심어 계절 따라 심심찮다
그 중에 제일은 패랭이꽃 봄부터 가을까지
전동휠체어 소리 좇아 오래오래 피고진다
상사화
이 우주 안에
날 완전히 이해하는 꽃은
오로지 사랑하는 당신뿐이다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향해 바라보며
걸어가는 일이다
밤은 단순한 삶을 요구한다
어둠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랑뿐이다
기도는 소유가 아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사랑의 고통은 저절로 치유된다
나를 붙잡아 주세요
설레어 오롯이 가슴이 뛴다
내 사랑의 끝은
그대가 나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을 때 움튼다
가을전령
올 여름 기상 관측 이래 기록적인 폭염으로
풀꽃마저 힘들게 밤낮을 견뎌냈다
8월 말 하룻밤 새 긴 팔 남방과 겉옷을 입을 걸
감기 들까 걱정하는데 가을비까지 거들었다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보호석에 할머니 노숙자가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향기롭게 앉아있다
인천광역시 중구청 생활쓰레기분리 비닐봉투 미어터지게
올 여름 난 옷가지를 꽉꽉 담아 맨발 아래 거느리고
이른 아침 출근길 소요산행 전동차 맨 앞 칸은
노숙자 향기에 지난여름 폭염 되새김질로 무더웠다
나이 먹었다 노약자 보호석
몇 번 환승하고
바삐 걷고 좆 나게 뛰었다
언제부터
노약자보호석에 앉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울력
새마을 운동 처음 시작할 때
동네 이장이셨던 임곡당숙
카랑카랑 온 동네 울력을 북돋웠다
덕운스님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오늘 하루 내 울력한
가을 김장 무 배추 심을 밭 일궜다며
언제 곡차 한 잔 하잔다
집사람과 골뱅이 안주 삼아 울력으로 곡차를 마셨다
창 밖에 가을비가 성글게 나무숲에 울력으로 입산한다
9월에는
9월에는 구절초 꽃향기 몰고 오는 굽은 길을 좋아하는 여인과
구부러진 저녁노을 손잡고 걷고 싶다
9월에는 고향 들판 논둑길을 따라 걷고 싶다
9월에는 이른 새벽 나팔꽃 소리를 듣고 싶다
9월에는 당산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잦아드는 매미 울음을 되새기고 싶다
9월에는 아픈 친구 문병하며 위로 하여야겠다
9월에는 둘레길 두런두런 걷고 싶다
9월에는 고향 뒷산 오솔길 길섶에 저녁노을 미친 듯 끌어안고 잎 오므리는 광대싸리 잎들의 소리를 눈으로 읽어내고 싶다
지하철
지하 구간을 달릴 때는
평화롭지 않지만
평등을 생각 한다
어둠은 평등하다
터널은 어둡다
지하철은
높고 낮음을 알 수 없다
단풍잎
이별이
화려하다
영영 이별이
너무나 환하다
지금껏 누구라도
저렇듯
눈부신 이별이었다면
행복한 사랑
평화의 이별
누구라도 사랑할 자격이다
밤하늘 별똥별이 반겨 맞아
옥잠화 꽃빛이 눈부시게 하얗다
잡초
보도블록 틈에 네가 없다
여름 한 철 어떻게 버티었을까
모래사막 생각만 해도
오가는 길
팍팍 하고말고
네가 있어
땀방울이 푸르게 굴렀다
지각생
조금 늦게 피는 꽃이라고
꽃이 아닌가
그늘 밑이라
움츠리지 말고
더딘 만큼 꽃향기
달콤한 슬픔 안고 환하게 피어라
패랭이꽃
임대아파트 단지와
복지관을 오가는
낡은 휠체어를
힘들게 몰고 가는
정신지체아들과
늙은 어머니
미안하다
뭘요
고맙다
괜찮아요
다정하게 주고받는 말소리에
구청에서 인공 조림한
좁은 인도 옹벽에
봄부터 가을까지
애틋하게 응원하며
피고 지는 패랭이꽃
지하철
터널은 평등하다
높낮이를 헤아릴 수 없다
어둠은 평화롭다
오로지 밝기만 바랄뿐이다
냉난방
1호선과
3호선
환승하며
혹서와
혹한을
넘나드는
환절기
출근길
창조경제 증세 없는 복지
담배 값 올려 5조 더 걷고
하루 벌이 서민들
아침 출근길
무단 횡단
벌칙 스티커 남발하며
증세 없이 복지를 고집한다
창조경계 맞긴 맞다
적반하장
갖은 명목으로
직책에 맞은 최저 초금리 대출로
93평 아파트를 전세내고
농림부장관으로 영전하기 직전까지
10년을 그 어머니는 차상위 빈곤계층으로 의료보험 2500만원 혜택을 받고서도
흙수저라 청문회에서 모멸 당했다
고발 하겠다
창조경제
구파발
은평 뉴타운
상업지구
건설 노동자
이른 아침 출근길
구파발역 3번출구
에스컬레이터 오르려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서 있으면 스르르 오르는 나날이길
두더지
출퇴근길
지하철로 오간다
두더지도
땅을 파 살아간다
햇볕을 멀리 하는
두더지다
침향
종로3가역
환승통로
계단 위에 누워
환승을 멈춘 노숙자
그 향기 경건하다
소요산행
이른 아침 출근길
1호선 소요산행
노약자 보호석
노숙자 한 분
들어 누워
소요하다
결혼
여자에서 아내로
남자 아닌
남편의 씨를 받기 위한
공개선언이다
사랑은 보호색
언제 변할지 모른다
잠시 잠깐 착각으로
사랑의 포로
결혼식장에 주고 받는다
도래샘으로 늘 솟아 채우지만
퍼 올려야
그 사랑 목마르지 않는다
사랑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아니다
사랑은 계단이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딛어
이별의 준비 기간이다
연서
아침 햇살 더디 오지만
출근길 붐비기기는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
그늘 아래 꽃이
조금 더디 피지만
그 향기 더 오래 펼치듯
늦되다 불평불만 터트리지 말고
그늘 아래 꽃 같은 나날이길
풀꽃
어디에 핀들 꽃이 아니리
누가 보아도 꽃이 아니리
언제 피어도 꽃이 아니리
고개 들와 봐
너는 꽃이야
부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철부지가
자기에서 여보
여보에서 당신
당신에서 저기
저기에서 뭐요
뭐요에서 어이
정말 어이없는
사랑이란 가정이란
이름으로
상처와 아픔의 올가미가
죽음마저 죄로 묶어
부부 아닌 사랑을 꿈꾸고 해찰한다
사랑의 강물 소리
꽃 피운 향기로운
지아비와 지어미의 우주가
은하계 궤도를 종종 벗어나
웃지 못 할 상황을 빚어내는
창 이해 안 되는 골치 덩어리
치댈수록 푸실 거려
죽음 때까지 찰지기 어렵다
꽃밭에 꽃들이 다 같은 얼굴이 아니지만
부부란 꽃밭에 꽃들로 서로 마주보며
웃어주는 향기가 아닌가 싶다
기도하라 사랑하라
기도하라 사랑하라
풀꽃 한 송이도 허투루 꽃 피우지 않는다
천둥 번개 폭풍우에도
기어이 꽃잎 펼친다
네 곁에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풀꽃이 되어라
그냥 기도하라
봄 개울 물 불어나는 소리로
그냥 두어라
들꽃 한 송이 피었다
그냥 좋다
저녁노을 물들었다
기도하라
기도하라
풀꽃 한 송이 꽃 향기로
상사화 꽃대 밀어 올리는
진관사 계곡 물소리로
용서하라
밤송이가 알밤을 놓아주는
진대마을 가을바람 소리로 마음으로
사랑하라
이른 봄 앞 강물 불어나는 소리로
가을볕에 반짝이는 파도 소리로
부부
부부란
살얼음 위를 걷는 나그네
까치밥으로 오감을 즐겁게 매다는 일은 극히 드문 눈꺼풀 씌운 지키기 어려운 어쩔 수 없어 쩔쩔매는 결혼식 그 한 번의 실수
영원하다고 우기는 굴레 약속
부부
하늘의 구름
한여름 장맛비는 멈춘 것 갔지만
가을 하늘 새털구름 쉼 없이 흐르듯
사랑이란 이름이 빚어낸 그 향기
어느 흔적 찾을 수 없다
단풍잎
차라리 풍을 맞고 말지
갈증 난 야차로
구경거린 죽기보다 싫다
죽어가는 과정
그 아우성을 듣보고
연이어 감탄사
잔인한
참 못된 인간들
그래 배부르냐?
가을 단풍 철
청맹과니 나날로 살아야 한다
패랭이꽃
중랑구 신내종합사회복지관
들고나는 전동휠체어
옹벽에 펼쳐놓은 꽃밭 곁을
앞서가는 어머니
뒤를 쫓는 아들
가을볕이 손뼉 치며
모자의 정을 응원 한다
패랭이꽃 익어 간가
가을
가을
가만 가만 다가가
가을볕이 콩밭을
가을걷이하라며
콩
콩
콩꼬투리
콩
콩
터트린다
툭
툭
치고 간다
추어탕
천수답
맨 위 둠벙
울력으로 벼 베고
물을 퍼내
미끌미끌 잡은
미꾸라지
한 솥 끓여
둘러앉은
두레상
지난여름 땀방울
송글송글 여물었다
올 겨울 내내
배가 따뜻하겠다
방앗잎
어머니의 정성
비오는 날 주전부리
환한 밥상
개운한 식구
향긋한 오후
신문지
또랑 시인의 여동생
유리창을 닦으려 행정실에 갔다
한 구석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신문지
아버지께서는
공무원집을 돌아다니며 수거하여
한 장 한 장 곱게 펴
오일장 지물포에서
어물가게 포장지로 팔아
칠남매 가르치셨다
풀꽃
너비와 길이
높이와 깊이
너희 인간 불화의 샘이자
경쟁의 뿌리이다
사는 맛
이른 봄 늙은 매화나무 매화꽃 피는 순간
한겨울 앞개울 살얼음 여는 찰라
어디 쉽게 목격할 수 있는가
세상은 저절로 이뤄지고
스스로 그러하여
보기에 참 좋지 않는가
사람도 사랑도
이와 같아야 하는데
그 또한 사는 맛 아닌가
꽃밭에서
많다 적다
크다 작다
밉다 예쁘다
향기롭다 아니다
그건 잘난
인간이란 너희 종들의
잣대로
나와 아무 상관없는
욕망으로
쉽게 채울 수 없는
굶주림이 있을 뿐이다
풀꽃
꽃잎 펼치는 찰라
펑펑 불꽃 터지듯
환호작약
눈으로 읽어내면
그 꽃의 비밀의 문
금방 열 수 있지 않을까
내 사랑도 그와 같다
연 방죽
연잎 위의 이슬방울 뭉치고 뭉쳐
연 방죽으로 떨어지는
그 찰라
고추잠자리 한 마리
연잎 위로
착륙을 한다
해찰
베란다의 꽃은 향기롭다
애인은 혼을 빼고
지아비로 사랑을 나누어
아버지로 거듭 나
이른 아침 돈 벌러
전동차 자리에 앉아 졸고 있다
해찰
신내종합사회복지관
들고나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해찰 하고 싶다
안전보도블록 한 장으로
가을
길섶에 코스모스 꽃잎 바라보듯
도토리 떨어트린 굴참나무 안아보듯
고향 도래샘 샘물 마시듯
저녁노을 물드는
뭉게구름 올라타고 엄마한테 가고 싶다
보도블록
안전 보도블록
한 장이
좁다 넓다
이르다 늦되다
무겁다 가볍다
어느 계절
어느 사람을
이야기 하던가
용인문학 20호 발간 축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우주 안에 가장 아름다운 일은 아프도록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사랑을 캐내 꽃 피운 일이 문학인의 의무이자 행복 아닌지요
죽는 날까지 함께 곁에 지켜줄게 믿음은 끝까지 듣고 실천하면
분명 말의 성찬은 도둑처럼 옵니다
그 성찬을 차리기 위해 걷고 뛰는 여러분의 발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맙습니다
2016.10.24.
수평선
난바다 파도가
쉼 없이 배밀이로
고요하게
그어 놓은
그 그윽한
금
전통시장을 지나며
어물전 어물 향기
과일전 과일 냄새
제과점 갓 구워낸 고소한 빵
단군의 후손 마늘 향
한여름 모깃불 매캐한 쑥 향기
말 장사 30년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까
백세청풍
인왕산 밑
서촌
안동김씨 경파
일명 장동 김씨
세거지
청풍계
아래
바위에 새겨놓은
百世靑風
이미 우린 몇 갑절 지났는지 모른다는 듯
주목은 묵묵히
찬 서리에 첫 햇살을 얹어
가을 아침 반짝이다
은행잎
3호선 지상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구파발역 길섶의
노랗게 가을 하늘 노래하는 은행나무 단풍잎
저도 가을 여행 하고픈지
이른 새벽 출근길
어깨 위에 몰래 앉아
지금까지 몹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는 듯
톡하고
먼저 앉네
전동차 자리에
입동
수산리 자작나무
단풍잎 한 잎
겨울잠을 자야겠다는 듯
노을과 더불어
우듬지를
손 놓아 버리다
이 가을
이 우주 안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죽는 날까지
함께
곁에
지켜줄게 아닌지
안개 숲에
도둑처럼 떠나는
원대리 자작나무 우듬지
마지막 단풍잎
저녁노을 끌어안고
논개처럼 뛰어내리려
메마른 손가락을 비비고 있다
노을
어느 계절 노을빛 견주기가
좀 그렇지만
마지막 환하게 철따라 밝히는
단풍나무 숲 속에서
꽃상여 타고 가는
늦은 가을
저녁노을
제일 환한 슬픔 아닌지
내 삶도
걷잡을 수 없다
의자
노숙자 몸을 눕혀도
노인들 아픈 다리 달래도
학생들 떨어지는 성적 걱정도
사랑하는 사람들 이별의 아픔도
어느 한 사람 거부하지 않고
다 받아 건너 주는
그리스도 폴
강江의
성자여
올 가을
올 가을 단풍들면
함께 걷자
겨울잠 들기 전
꽃뱀이
아침 햇살에 스러지는
마지막 이슬을 받아먹고
풀꽃 밭을 기어가듯
전동차
노인들이
제일 많이 타고 내리는 전철역은
제기동역
그 전동차에
노인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출입문은
엘리베이터
제일 가까운 문 앞이다
돌
머릿돌도 중요하지만
모퉁잇돌 없었으면
내 삶의
파고는
어찌 넘었을까
구절초
숲 그늘 언덕 위에
제일 늦게 핀
구절초
가장 나중까지 꽃그늘 펼쳐
오래오래 향기롭다
붕어빵
구파발역 3번 출구 밖에
붕어빵 장수가
새로운 붕어빵을 구웠다
뜨거운 붕어빵을 붙들고 호호 불며
꼬리와 등지느러미 지워져도
물 만난 고기로
사랑을 나누는 청춘 사랑
지각생
북향에
바람받이
옹벽 그늘 아래
조금 늦게
꽃봉오리 내밀고
꽃잎 펼친 자목련
이 우주 안에
가장 오래 꽃그늘 펼쳐 즐기다
오래된 봄볕 오시는 날
꽃향기 거둬들이다
인구 절벽
전동차 안
사랑은
점점 담대하고
거침없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데
인구 절벽 이라니
대통령
참 나쁜 대통령이라
목을 비틀어
입을 빌려
거들먹대더니
참 더러워
입에 오르내리기도
거룩한 아바타
4대강 삽질로 물길을 막아도
목말라 허우적거리지 않고
40년 덧씌운 사교邪敎의
가면을 용인하는
기만의 끼리끼리 패거리
아수라
세계사에
해외토픽 란에
말하는 자 입 부끄러운 총으로 부모를 잃어
더럽고 영혼 없지만
불쌍하여 뽑아 줘
그 부모 신원에 목을 매는
공과 사 보리와 밀을 가리지 못하고
알곡과 가라지는 보지도 못하였고
공부는 북악산 바위에
고집은 한강수라
흔들리지 않고 흐르는 위대한 민초
영원 하라
조국의 풀꽃들이여
제자가 스승
치과의사 제자에게
이는 쓰면 쓸수록 닳아 진다는 말을 듣고
껌 씹는 걸 삼가하고
정형외과 제자에게
무릎 연골은 지나치게 쓰면 다 없어진다는
그 말 듣기 전에 망가져
30년 등산을 그만 둘 수밖에
노예
노예는 싫어요
하지만
당신
사랑의 노예는
언제
어디든 좋아요
달항아리 내 사랑아
11월
인제군 수산리
자작나무 숲으로 난 오솔길을
저녁노을 손잡고 걸었다
이별
사랑의 이별
이렇게
맑고 환한 길이라면
당신
당신의 사랑
자작나무 우듬지에
마지막 단풍잎이라도 좋아요
달항아리 내 사랑아
단풍놀이
인간의 놀이 중
가장 잔인한 놀이
죽음의 환한 향기
타오르는 씻김굿
구속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은 싫어요
단풍나무 숲
가을바람
우수수 떨어져 출렁이는
수해(樹海)바다
오롯한
풍요로운 구속
몇 번이고 당하지요
내년 봄이 있기에
달항아리 내 사랑아
풀꽃
예전 그대로
늘 하던 그래도
평상심으로
사랑을
꽃 피우는
풀꽃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듯
사람
사람을
제일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
백세청풍 김병기 화백
젊어서는 여자들이 나타나지 않더니
나이 먹으니
묘령의 여인들이
작업실을
마음 놓고
그냥 들어온다며
위트를 날리며
웃음을 반짝인다
만나는 이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여
여인들에게만 고맙다며
다시 만나자며 전화를 해
가슴을 벅차게 한다
혼자 만 받은 줄 알고 설레다
모두들 까 한바탕 웃음바다를 빚어낸다
어글어글 잘 생겼다며
춤꾼 최승희 사진 앞에 한참을 멈춰
시간을 되돌렸다
예술은 자연을 닮을 수밖에
화강암이 비바람 눈보라 깎이고 녹아내려
스스로 그러한 부드러운 선으로
우리 민족이
노래와 춤을 즐기고
흥이 넘쳐난다며
오늘도 머리 하얀 청년이
변화의 역삼각형을 그리고 있다
단풍잎
단풍놀이
관광객엔 오래오래
더 오래 보고픈
그지없는 환한 얼굴
가로 청소원에겐
힘겹고 지겨워
어서 빨리 지나가라
귀찮은 존재
어머니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단풍 색깔 더 아름답게 물들고
과일은 더 단단하고 맛있다
사람도 어려우면
힘을 더 낸다
어머니는
더욱 그렇다
풀꽃
외로운 사람들에게
걸어가는 꽃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꽃
섬김을 받는 꽃이 아니라
섬기려 피는 꽃
슈퍼 문
어제 저녁 집사람과
태어나 가장 크게 보았던 보름달을
이른 새벽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보았다
늦가을 단풍나무 단풍잎이
보름달을 닮고 싶었는지
커다랗게 휘돌아 발 앞에 떨어진다
완벽한 사랑보다
뭔가 어긋나 비어있어
오래오래 곱씹어도
질리지 않고 풍미가 있다
밤새워 다 한 듯 싶은데
다 하지 않은
달항아리 내 사랑아
붕어빵
구파발전철역
3번 출구 밖
단풍잎 물들고
낙엽 뒹굴자
붕어빵이
퇴근길 사람들을
노릇노릇 물기 시작하였다
올 겨울도 바삭바삭 잘 지나 가겠다
단풍놀이
화려한 씻김굿
그 보다 더 울긋불긋 차려 입은
하객이자 문상객들
거리청소원
아파트경비원
계절을 염하는 고마운 사람
수화 김환기 화백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벌거벗은 박수근 화백이 나목
박완서 소설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 한다
달항아리
수화 김환기 화백 큰 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달항아리
안좌도 성북도 파리 뉴욕 망우리
그 중에 망우리 달빛이
지금도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겨울 나목
겨울나무 그 앞을 어깨 펴고 지나 가자
시들고 떨어지는 나뭇잎이
끝이 아니라
완성이요
새로운 시작이다
벌거벗었다
비웃지 말라
오는 겨울 걱정 마라
봄볕은 어김없었다
사계절 살아오며
겨울 나목
아닌 적 있었던가
산다는 게
다 그렇지 않는가
환갑
지금도 환승과 해찰만 하고 있다
어쩌지요
어머니
인내로 생명을 얻고
사랑으로 꽃 피우며
겸손으로 열매 맺어야 하는데
풀꽃
꽃이 진다
마지막이라 하지 않겠다
찬서리 내려도
영영 이별이라 말하지 않겠다
북녘에는 밤새 눈이 내려 쌓여
꽃눈이 촉촉하겠다
오는 봄 남과 북
꽃향기 벙글거리겠다
바람이 차다
그대 꼭 껴안아 꽃씨가 되고 싶다
촛불
이 시대의 꽃
촛불 하나 켜
광화문 앞을 걷는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려
이 시대의 징표
촛불 하나 들고
자유의 숲을 기른다
새로운 사람을 맞잡으려
이 시대의 눈물
촛불 하나 녹여
평등의 길을 닦는다
새로운 세상을 맛보려
이 시대의 함성
촛불 하나 올려
대동의 바다를 건낸다
새로운 궁궐을 지으려
이 시대의 웃음
촛불 하나 당겨
진실의 불길을 당긴다
새로운 깃발을 세우려
세월호
가장 예쁜 꽃으로 피다
가장 귀한 꽃으로 지다
촛불 행진
초겨울 성근 빗방울 뚫고
광주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첫눈 내리는 광화문으로 촛불 하나
구르고 굴러 횃불 되기 위해
임진왜란 진주성 싸움에
김천일 장군 아래
초모사로
주검 없는 초혼장으로
고향 뒷산에 돌아오신 정감 할아버지 마음 좇아
삼정문란 함평민란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 정한순
함평고구마 사건
동학혁명
3.1운동
광주학생운동
8.15광복
4.19의거
5.18광주민중항쟁
6.10시민혁명
11월 시민혁명
고부 전봉준
황산벌 계백장군
천안 유관순
힘 힘을 보태자 힘을
촛불 하나
나
촛불 하나
너
촛불 하나
우리
하야 정국
11월 5차 촛불집회 열리는 오늘 아침
친구 둘째 딸 결혼식 참석하러
광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며칠 전부터 농민들이
동학정신으로 트랙터를 몰고 광화문에 집결 하겠다
부지런히 달리다
어젯밤부터 양재 평택 안성 공주IC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혀 밤샘 농성 중이다
결혼식 시간 늦을까
30분 먼저 가겠다
우등고속 표로
일반고속 버스 맨 뒤 좌석에 앉아
촛불집회 TV방송
엔진소리 적응하는데
눈을 감고 한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버스는 서다 가다
주춤거렸다
천안삼거리 지나자
중년 여인 휴게소 얼마나 남았느냐
다급하나 조심스런 목소리로
기사분께 간절하게 부탁하나
설수 없다며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였다
차령터널 통과하자
볼일 급한 여인이 좌석에 앉았다 일어섰다
버스 중간 통로를 오가며
여자로서 사생활을 어르고 달래며
인내의 한계를 보여 주더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정안알밤휴게소 못 미처 차를 세웠다
버스문이 열리자
우르르 여인들이 뒤따라
버스를 뒤 배경 삼고
찬바람에 움츠리던 밤나무 밭을 향해
하야는 이렇게 하는 거야
보란 듯이 볼일을 시원스레 보았다
때 아닌 소란에
쪼그라들던 알밤이 반질반질 힘을 주고
시들던 구절초 꽃들이
고개를 들어보려 애먹었다
수평선
잔잔하다
파도소리
익숙하다
파도소리
편안하다
파도소리
풀꽃
언제 만나도 이물 없다
어디서 보아도 좋다
뒤돌아 서 금방 보고 잡다
눈 감으면 품 안에 안긴다
고향
보름달
어머니
까치발
동구 밖
풀꽃
다 한 듯
다 하지 않는 사람
넘친 듯
넘치지 않는 내 사랑
꽉 찬 듯
꼭 차지 않는 우리 사랑
풀꽃
보지 않아도 향기롭다
부르지 않아도 예쁘다
듣지 않아도 곱다
만지지 않아도
벌써 피어 있다
꽃무릇
너는 얼쑤
나는 들썩
언제
어디든
지금여기
달항아리 내 사랑아
11월
꽃이 진다
끝이 아니다
봄이 오지 않느냐
이별이다
마지막이 아니다
봄볕이 있지 않는댜
가을이다
단풍도 한창이다
화려한 숲 환한 향기
겨울잠을 준비하는 산짐승 분주하다
덩달아 사람들도 바삐 온간다
촛불 정국
녹아 흘러 환한 꽃
혼자 피어도 환한 꽃
더불어 피면 더 환한 꽃
손잡고 걸어가면
맑고 밝은
좋은 세상
좋은 꽃
풀꽃
믿음도 꽃으로
회개도 꽃으로
사랑은 언제나
풀꽃
꽃은 다 이쁘다
그 중에 질로 이쁜 꽃을 잡으라면
첫 번째가
자유 평등 민주주의 꽃이다
가장
가장이
가장 편한 곳이
가정이다
가장이
가정에만 머물 수 없다
가장이
가정을 떠나
돈을 벌어야
가정이 돈다
가장 멋진 노고와
가장 힘든 행복이다
늦가을
단풍나무 울긋불긋
옷을 벗는다
단순하게 살아야한다
인권주일
이권과 인권
존엄과 존중
12월
마무리 지어야 한다
조급해 하지 말자
새해가 있지 않는가
단풍잎 떨어진다
서운하다 하지 말라
봄이 오지 않는가
매일 기도문 짧아졌다
믿음을 잊지 말라
주님은 늘 함께 계시지 않는가
이룬 것도
이루지 못한 것도 없다
손 놓지 말라
네가 못하면 내가 하지 않는가
아니 너와 나 우리가 있지 않느냐
아사카와 다쿠미
참배객이 이어진다
고향 일본 사람들이다
관광 차 밤새 술을 마시고
숙취로 눈을 비비며
물어물어 찾아온다
한국인도 아는 이는 마음 깊이
고개 숙여 절을 한다
인간의 가치를 실현한 일제 강점기 수목원 말단 관료
보기 드문 인물로
일본 보수와 고향에서
지금도 다쿠미 이름 금기어지만
한국에 오면 꽃다발 들고 참배한다
이중섭
-팥배나무
간밤에 눈이 내려 쌓여 하얀 눈밭이다
짱짱한 팥배나무 우듬지 쌓인 눈 한 바가지 씩 털어낸다
샘을 찾던 산토끼 팥배열매 붉은 눈빛으로 놀라 달아난다
잠든 지 60년 만에 깨어 일어난 이중섭
긴 턱을 잡아당겨 미끄러지듯 내달린다
처자식 그리워한 눈빛도 저 팥배나무 열매였다
듕섭이 담배 은박지에 못을 잡고 선을 긋는 눈빛이
노을빛보다
달항아리 내 사랑을 향한 내 짝사랑 눈빛보다
분명 더 검붉게 타올랐으리라
풀꽃
생각이 없이 걸으면
길은 없다
있는 길도
멀기만 하다
사랑의 길은
생각 없이 설레는 길이다
길섶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라
이쁘지 않는가
가까울수록 풀꽃으로 여겨라
네가 먼저 기쁘지 아니 한가
숲
꽃이 핀다
사랑하다
아프지 마라
단풍 든다
이별하다
상처는 입지 마라
촛불행진
바람이 차다
촛불을 들어라
얼굴은 얼었다
마음은 뜨겁다
옷을 몇 겹 껴입었다
발걸음 가볍다
노을 지나 어둠이다
깃발을 높이 들어라
시 한 줄 쓰지 않았다
함성 소리 드높다
광화문 사거리 신호등 점멸등이다
정상 신호 작동할 때까지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다
탄핵 하야 구속 모멸감
정의와 평등
자유 민주주의 만세
청문회장
대리 사회위원장 야당 의원
빵 터졌다
신상발언 하며
신성한 청문회장에서 웃음을 참지 못해 죄송하단다
한 마리 6000원 두 마리 10000원 자동차 통닭구이
벌거벗은 통닭이 화덕을 뛰쳐나와
이 겨울 눈밭을 내달리겠다
나목
벌거벗은 별빛들이
우듬지에 쏟아졌다
별빛을 밤새 하나 둘 세며
나목은 뜨겁다
한밤에 일어나
나목을 안아준 뒤
집사람을
흔들어 봐야겠다
풀꽃
자신을
최대한 낮춰
환한 풀꽃
오늘도
풀꽃으로
걸어야겠다
진눈깨비
진눈깨비 내리는
망우공원
이미지 잡을 겸
참배 못한 유택을 찾기 위해
흥성한 마음으로 진창길을 걸었다
짐승도 목이 마르면
외딴 인가 부엌으로 뛰어든다
하물며 사람 죽은 자를 위한
망우공원 사무실
새로 오신 주무관이
사무실 안에서 전화 받는 것까지
시비를 거니
분명 순실의 시대다
환승
꽃잎이 피고 지고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며
아침과 저녁노을 왔다 가고
한 호흡과 호흡 사이
눈 한 번 깜박하는 사이
이밖에 눈에 보이지 않은
번뇌에서 해탈 까지
텅 빈 충만
겨울나기
아기가슴반달곰같이
겨울잠을 자고
산수유 꽃눈으로
함박눈을 반겨 맞아
마음에 동상 입은 사람의 손을 잡고
이 겨울 버티자
촛불행진
가난한 이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
너보다
따뜻한 꽃은 없다
제 눈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는 이를
끌어당겨
길을 열어주는 꽃
이 우주 안 환하여
함께 걷는 사람들이 향기롭다
교통사고
목 가누기가 힘들어
걷는 게 제일인데
발목이 아프다
그럼 앉아야 하는데
꼬리뼈가 아프다
기어오르자
담쟁이 넝쿨처럼
풀꽃
이 우주 안에
어~
여기에
왜
피어 있지
묻지 않고
향기로운
너
풀꽃이지
서동일
-갈참나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데
다물단 서동일은 죽어 몸 뉘일 땅 한 평 마련하지 못하여
마누라 유택에 뒤늦게 합장하였다
가족들이 그제야 마음 놓지 않았을까
좌청룡 평산 신씨 신립 장군 선영이
우백호 삼형제 바위가 힘차게 감싸 안아 휘돌았다
안산은 봉화산으로
나라사랑 붉은 마음 앞으로 끌어당겨 활활 피워냈다
겨울을 보내며
지난 가을 단풍나무
아래에서 헤어지며
오는 겨울 최저 기온으로 떨어지면
전화 주시고
함박눈 내려 쌓이면
만나기로 하였죠
기온은 점점 낮아지고
눈은 내렸다 하면 함박눈이니
안압이 올라 터질 듯 아프고
마음은 종잡을 수 없으니
내년 봄꽃 피면
얼굴 뵐까요
그 동안 잘 자시고 주무시어
몰라 봐 첫 사랑인 듯
김유정역 동백꽃 향기에 취해
노랗게 구르며 즐기시죠
기도
편견과 차별에는
믿음과 사랑으로
불신과 의심에는
기다림과 사랑의 꽃으로
시간
당신을
기다리는 꽃이다
사랑의 강물소리다
사랑을 먹고 피는 꽃이다
봄
높은 산 깊은 골 복수초 꽃눈은
눈과 얼음을 녹여 뚫어
봄볕에 안부를 묻고
꽃잎을 오므려 씨앗을 맺는다
눈 녹은 물과 비바람 새들이 씨앗을 옮겨 심어
봄이 사랑이다
가슴이 뛴다
청춘이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술
피어라 꽃아
들어라 잔
흘러라 강물아
마셔라 술
퍼 부어라 단비야
비어라 잔
멈춰라 달항아리
내 사랑아
철
봄에는 꽃으로 피고
여름에는 장대비로 내려
가을에는 단풍잎으로 물들어
겨울에는 함박눈으로 휘날려 쌓여라
달항아리 내 사랑아
길
그 길 위에 서
가슴이 설레지 않거든
그 길을 걷지 마라
그 꽃길도
그 사랑의 꽃길도
달항항아리 내 사랑아
까치발
나이 먹을수록
뭐든
줄이고
버려야 한다는데
검정 고무신 때우려 장에 가신
엄마가 언제 올까
동구 밖 내다 본
까치발을
어머님 기일 날
다시 한 번 해 보고 싶다
겨울 강물
특권 다 내려놓은 겨울 강물
몇 번이고 얼었다 풀렸다
시리게 뒤척이다
끝끝내 밀리고 끌고가
난바다 수평선을 잔잔하게 긋고
노을에 젖어 반짝인다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에 눈높이 맞추며
겨울 강물 소리에 귀 기울이다
봄바람이 기다리라 스치고 지나간다
꽃
믿음에는
꽃이 핀다
사랑과 믿음에는
열매가 달린다
사랑과 믿음과 실천에는
사람을 사랑하는 씨앗들이 싹튼다
물
물은
강물은 흐를수록 살이 찌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기름지게 불어난다
산골짜기 물은 졸졸 조급하게 흐르지만
바다에 가까울수록 느릿느릿 유장하게 배를 띄워 노을과 더불어 난바다 수평선을 바라본다
사람도 사랑도 이와 같아야 하는데
환승
벌 나비는 꽃을 찾아 가는 게
직업이면 얼마나 지루하고 지겨울까
꿀을 따면
또 다른 꽃으로 갈아 타 환승하지만
사랑
내 사랑
내 사랑만은
환승하지 말아주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수산리
물이 산이다
나무가 언어다
단풍잎은 귀한 말씀이다
물노리勿老里
사람뿐만 아니라
하늘도 물도
나무도
바위도
그 무엇 하나
늙지 않는
늙을 수 없는 동네
나목
나무는
겨울나무는
내년 봄볕 다시 손닿기 위해
물관을 닫아걸고
가을볕을
단풍잎으로 환하게 내걸다
낙엽으로 보내주고
한겨울 우듬지가
시린 별빛 하나 둘 손구구하고 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겨울비
겨울에 함박눈이 휘날리지 않고
비가 겨울비가
겨울비 빗방울 소리가
바람에 구르는 낙엽 위에 떨어져 앉아도
흔들리지 말고
똑 바로 앞을 보고
허리를 펴 걸어가
종이박스로 한겨울 지새는 노숙자의
곱은 손을 무릎 꿇고 마주 잡아
진실한 목소리로
호호 녹여 주어야 한다
발
당신의 발가락은
어여쁜 꽃봉오리
당신의 걸음걸음
발걸음마다
꽃이 피어
꽃향기 묻어난다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말
말이 꽃이 된다
사람들은 그 꽃 참 이쁘네
환하게 입을 연다
그 입이 꽃잎이면
그 말이 곧
그 사람이다
입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입을 열면
말에 꽃이 핀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꽃
그 어떤 사랑도
그냥 피는 꽃이 아니다
그런 꽃도
언제 지는 줄 모른다
꽃
네 꽃을 생각하며 경쟁을
내 꽃을 찾아가며 질시를
네 꽃향기 맡으며 불화를
내 꽃향기 담으며 다툼을
꽃들에게 죄가 되어
눈감으면 당신
당신을 오롯이 당신만을
사랑의 힘으로
아는 것보다
사랑의 능력으로
좋아하는 것보다
꽃 피워 즐기리라
붕어빵
함박눈 휘날린다
가슴이 시리다
붕어빵 한 봉지 사 안아야지
달항아리 내 사랑아
붕어빵
싸락눈 내릴 때
붕어빵을 사 먹지 않으면
올 겨울을 즐겼다 말 하지 말라
붕어빵
낙엽이 차갑게 뒹굴자
붕어빵이 누렇게 익어간다
나목
간절하다
감동이다
눈물난다
사랑한다
철
봄에는 꽃
여름에는 구름
가을에는 단풍잎
겨울에는 함박눈으로
사랑
내 사랑
달항아리 내 사랑은
사계절 시도 때도 없이
한겨울 강 나목
교만과 특권 다 내려놓은 겨울 강물
몇 번이고 얼었다 풀었다
시리게 뒤척이다
끝끝내 밀리고 밀리다
난바다 수평선을
잔잔하게 죽 긋고 노을에 젖어 반짝인다
내년 봄볕을 만나기 위해
물관을 닫고
나뭇잎을 단풍으로
환하게 보내주고
나목으로
별을 하나 둘 세며
밤을 샌다
붕어빵
올 겨울
붕어빵을 사들고 나오는
그 고소한 얼굴로 지냈으면 좋겠다
노숙자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 노약자 보호석을 차지한 노숙자
어느 계절인들 버티기 쉽지 않지만
올 겨울이 제일 어렵다는 듯
삶의 경전인 올 겨울 더 두터워진 옷가지를
뒤적뒤적 꿈뜨게 뒤적거려 짙은 향을 나른하게 암송한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어~마 뜨거워라 힐끗거리며 성급히 자리를 피한다
조선백자
-아사카와 다쿠미
남들은 사랑이
천둥처럼 왔다
번개처럼 가버린다지만
사랑
내 사랑
내 사랑만은
언제 어디서나
빛
눈빛
뽀얗게
되새기는
울 엄마 젖~내
달항아리 내 사랑아
풀꽃
풀꽃이 너보다
예쁘다
들여다보면
풀꽃이 헷갈린다
풀꽃은 풀꽃이요
너는 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총각선생 슬리퍼
작년 내 옆자리
미남에 총각 선생님이 전근 가며
학교 실내 석면 제거 작업으로
미처 챙겨가지 못한 슬리퍼
족저근막 때문에
밑창이 두꺼운 슬리퍼를 구하려다
어제 오후 문자로 허락받고 신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시도 때도 없이
총각선생 쓰시던 책상 주위를 맴돌며
선생님 흔적을 좇다가
복도에서
부자연스런 걸음걸이 나를 도와준다
발을 보더니
아 영재선생님 슬리퍼다
주위 애들이 걷잡을 수 없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내일 새 슬리퍼 사올 테니
지금 당장 벗어달란다
교무실 내 자리까지 쫓아와
다리를 붙들고 난장으로 볼만했다
선생님 책상 위에 때 아닌 장미꽃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여
한껏 봄이 달아올랐다
봄소식
봄이 왔다
꽃이 핀다
1호선 신이문역 2번 출구 오래된 계단을
아픈 무릎 달래며 한참을 내려왔다
오동나무 오동 열매 껍질은
아직도 작년 볕을 달고 있다
걷던 길을 멈춰 서
뒤 뒤를 내 뒤를 돌아본다
봄볕이 와르르 쏟아졌다
꽃 소식 전해야겠다
어~거지 쓰시던 전임 대통령 구속되고
세월호 마지막 항해하는
3월 31일 아침 출근길
아사카와 다쿠미와 관동대지진
새 시대 평화와 공존을 열어가다
오충공 감독 제작 영화 “감춰진 손톱자국” 상영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한·일 문제 심포지엄
2017. 3. 23 오후 2시~6시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프란시스 홀
일본인 중 유일하게
관동대지진 때 국가 묵인 하에 일본인들의 조선인 학살 만행을
지적하고 표현 발표하신 분으로
지금도 일본 보수 쪽에서는 입에 오르내리는 것조차 꺼리는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신 선생을 기리는
86주기 추모식
4월 2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학생들의 주관으로
망우리공원 선생의 묘역에서 열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함께 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옵길........
B급 교사
꽃 피는 봄날 저녁
학기 초 단골손님 고뿔님과 이별의식 치르러
뜨거운 무국에 밥 말아
붉은 갓김치 얹어 먹고
일찍 잠에 떨어졌다
7년째 앓아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인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입 안에 고인 위산을 닦아내려
삼경에 일어났더니
문자가 만발하였다
[Web발신]
귀하의 성과급 등급은‘B’입니다. 2016학년도 교육활동에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봄 어째야 쓸가
꽃잎 질라면 아직 멀었는디
애들 얼굴 어떻게 마주 할까
C에서 B라 한 급 오르긴 올랐는데
언제부터 정부가 사기진작을 위해
ABC에서 SAB로 스리살짝 바꿔났네
S급을 싸이코라며 문자로 날 위로하네
조영관
유신과 산업화와 개발독재 시대를
노동운동으로 올곧게 살아가며
꿈과 사랑과 상상을 꽃 피우다
병마에 스러진 지 10년
친구가 학다리중학교 1학년 사포나루 봄 소풍 때
반대표 구성지게 부르던 군밤타령 가락은
지금도 영산강 사포나루 고기잡이 끊어진 빈 배에
철석이는 강 물결 소리로 오는 봄볕 손잡고
갈대 새순에 솟아오르겠네
유골을 뿌린 강둑에
아내가 눈물로 심은 벚나무 꽃봉오리 벙글대겠네
한겨울 얼었다 풀렸다 부풀은 보리순 밟아주던
어머니 아버지 등에 물든 노을빛에
미처 다 못 부른 시혼이
학다리 함평들 대봇둑과 수산봉 넘고 넘어
깜박산 늘푸른 소나무 붉은 밑동에 단단하게 배어들겠네
함평만 주포 뻘밭 참숭어 붉은 속살 쫄깃쫄깃 차오르겠네
학다리중학교 26회 동기인
조영관 작가 10주기 추도식
제7회 조영관문학창작수혜식
조영관 작가 전집출판 기념마당 참석
2017. 2. 25(토) 16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당
낙이망우 점심시간
최학송
가난하여 만주에서 떠돌다
전남 영광 시조 시인 조운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냈다
마지막 아내는 조운 시조시인의 누이 분여였다
조운은 어머니 기생이었다
그 인연으로 기생 잡지까지 주간하였다
32년 서해가 위협착증 수술할 때 수혈까지 받았으나
끝내 숨을 거둬 붓을 놓았다
희곡을 제외하고 모든 장르에 걸쳐 필력을 자랑하였다
최초 문인장 장례식을 치르고
당시 장의차 뒤로 40~50대 차동차가 뒤따라
살아생전 누리지 못한 대접을 받았다
미아리 공동묘지에 유골을 묻었다
그 이듬해 아들 둘과 어머니와 아내는
서해의 고향 성진으로 무거운 발걸음으로 향했다
1920년대 문단의 기린아
빈궁문학의 최고봉
소설가 서해 최학송 묘지
1958년 시인 이산 김광섭 이장준비위원장 중심으로 이장 이후
무연고 묘지로 방치되다
최학송기념사업회 회장 곽근 교수의 노고로 문단에 널리 알려졌다
무슨 인연인지
2010년 묘지관리인으로 등록하여
추모제를 지내고
독후감 백일장대회 등 문학제를 치를 예정이다
2016.11.21. 12:57
낙이망우
점심시간
망우리공원에는 민족대표 33인 중 오세창 한용운 박희도 세분의 유택과 이태원공동묘지에 일제가 몰래 묻은 유관순열사의 혼이 서린
이태원무연고 합동묘지가 있습니다
이즈음에 위창 만행 두 분과 유관순 열사의 나라 사랑 정신이 절실합니다
2016. 11.22 13:19
꽃이 진다
꽃이 진다
마지막이라 하지 않겠다
찬 서리 내려도
영영 이별이라 말하지 않겠다
북녘에는 밤새 눈이 내려 쌓여
꽃눈이 촉촉하겠다
남과 북 오는 봄
꽃향기 벙글거리겠다
바람이 차다
그대 꼭 껴안아 꽃씨가 되고 싶다
2016.11.24.08:24
락이망우 점심시간
이채원 화백과 도모코씨
한국근대미술 서양화 1930년대에서 1970년까지 김환기 박수근 중심으로 한국근대회화의 전통표상을 주제로 박사학위 자료 준비하는
일본인 도모코씨와
오세창 방정환 이인성 이중섭 박인환 최학송 유택을 참배하며
이인성 화백 아드님 이채원 화가께서 추운 날씨에 함께하여 주셨다
다모코씨는 지금 평창동 김병기화백을 뵙고 있다
저녁엔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김형국 가나아트센터문화재단이사장 우리 미학을 걷다 강의를 듣고
내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일본인들의 자료 준비하는 모습과 자세는 본받아 마땅하다
이즈음 하 수상한 시절에
방정환 묘비 동심여선
이들무동
위창 오세창 선생 글이 새롭다
2016.11.24.13:55
촛불 행진
이 시대의 꽃
촛불 하나 켜
광화문 앞을 걷는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려
이 시대의 징표
촛불 하나 들고
자유의 숲을 기른다
새로운 사람을 맞잡으려
이 시대의 눈물
촛불 하나 녹여
평등의 길을 닦는다
새로운 세상을 맛보려
이 시대의 함성
촛불 하나 올려
대동의 바다를
새로운 궁궐을 지으려
이 시대의 웃음
촛불 하나 당겨
진실의 불길을 태운다
새로운 깃발을 세우려
2016.11.25.07:39
촛불 행진
광주광역시 성근 비를 뚫고
우등 고속버스에 올랐다
눈 내리는 광화문으로
촛불 하나
구르고 굴러
햇불이 되기 위해
2016.11.26.16:25
목련꽃
유신시대 목련꽃은
봄볕에 받들어 총
거수경례
군기 잡혀 봄을 보냈다
공주시대 목련꽃은
봄바람에 어~거지
올림머리
애간장 녹이며 이 봄을 보낸다
매화나무
3월 초 신입생들이 지각하지 않으려
교문으로 미어터질 듯 밀려온다
교문 앞 매화나무 가지가
가만히 바라보다
꽃샘바람에 다투어
꽃봉오리 입술을 깨물었다
올해도 학교가 환하겠다
세월호
세월 세월을 눈 눈앞에
눈물 눈물로 처절한 눈물로
다 같이 부모 마음으로
가슴 저미고 벌렁거려
우리 우리들의 지울 수 없고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운 자화상
파도가 쉼 없이
뭍을 향해 치대듯
아픔과 사랑과 후회를
가슴에 묻고
모든 이가 가슴 조인 언제 어디든
눈물의 부모 마음
바다의 파도가 푸르게 일렁여도
바람이 조금 일어도
빗방울이 성글거려도
눈보라 휘돌아도
가슴 철렁
이제는 눈물마저 바닥 낳다
바다하고 발음하기 꺼려지고 어렵다
바닷가 백사장 걷기가 갈수록 팍팍하다
가만히 있어라 이제는 눈 감을 때까지
아니 자자손손 이 말은 함부로 쉬이 입술을 열 수 없지 싶다
세월 가는 게 원망스러울 뿐
그 누구의 허물과 죄를 탓하랴
다만 진정을 담은 위로와
동정 아닌 힘을 주는 눈빛과
가만히 앉아 손잡아 주시길
다만 바라고 바랄뿐이다
파도여 파도여 저 푸른 파도여
세월호
파도는 쉼 없이 뭍을 향해 출렁이다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
씻을 수 없이 우그러트린 이 시대
우리들의 닳고 해져 환한 거울
봄
잎눈 꽃눈 눈이란 눈
죄 눈 뜬다
언제 내 눈은 뜨나
철들려면 아직 멀었다
볕
볕 좋은 언덕에
풀꽃 한 송이 눈을 떴다
계집애들 가슴 봉긋 솟아오르겠다
벽
봄볕이다
꽃샘추위다
벽 쪽에 매화가 가렵다고
꽃눈을 비벼돼 하늘이 하얗다
누구의 향기로운 벽으로
오늘 하루 버티고 서 있었으면
풀꽃
언제 와
언제 갈래
묻긴
너도
나와 같이 않느냐
자목련
꽃봉오리
산이다
봄이다
사랑이다
바로 너다
자목련
자목련 꽃봉오리
우듬지에 내달았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달리 쳐다본다
그래도 좋다
눈을 마주쳐 줘
그 눈빛 참 깊다
그게 사랑이다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목련 (0) | 2017.04.06 |
---|---|
목련꽃 (0) | 2017.04.06 |
가을비 소리에 철들다 (0) | 2017.03.02 |
다시 부를수록 더 그리운 조영관 (0) | 2017.03.02 |
제6시집 해찰 이후 (0) | 2017.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