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네 입에 꽃 피어라

정종배 2019. 4. 16. 15:41

 

네 입에 꽃 피어라/정종배

ㅡ성주간

 

 

 

2019년 4월 16일

잇몸 아파 조퇴하고

고1 담임과 제자로

임꺽정 장길산 태백산맥

세 질을 읽어내며

신부님이 꿈이던

성도치과

그 동안 잘 쓰셨다는

왼쪽 위 사랑니 발치하고

지혈 위해

두 시간 동안 거즈를 꽉 물어

친구와 만남 약속 취소하고

집으로 오는 길

천호역에서 군자역까지

출입문 쪽 한 켠에 서

지하철 전도사 낮게 깔린 목소리

4월은 눈물과 피에 젖은 달인데

왜 꽃들은 미어지고 피는가

수선화 꽃대는 수선화를

홍매화 가지는 홍매화를

돌이 단풍을 만나면 돌단풍

믿으면 천국 가고

당장 믿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우려 먹고 발라 먹고 회 쳐먹고

찜 쪄먹고

징허게 해쳐 먹고

뼈까지 발라 먹어

죽은 애들을 위해

징글징글 이제 그만

공감능력 부족한 인간의 탈을 쓴

지옥불에 던져질 족속들아

회개하라

천국 문이 열리리라

오늘밤 네 집에 들어가 이불을 걷어찬

네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불을 덮어주며

기도하라

머리 좋아 높은 대학 나와

국가 돈 쳐먹어 봐 맛을 아는

어린 자식 똥 치워 본 인간아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네 입에 이제 꽃만 피어라

5호선 방화행 전동차

박수 소리 폭발하여

광나루 워커힐 벚꽃잎도

박수치다 눈발처럼 노을과

아리수 강물 위로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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