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입에 꽃 피어라/정종배
ㅡ성주간
2019년 4월 16일
잇몸 아파 조퇴하고
고1 담임과 제자로
임꺽정 장길산 태백산맥
세 질을 읽어내며
신부님이 꿈이던
성도치과
그 동안 잘 쓰셨다는
왼쪽 위 사랑니 발치하고
지혈 위해
두 시간 동안 거즈를 꽉 물어
친구와 만남 약속 취소하고
집으로 오는 길
천호역에서 군자역까지
출입문 쪽 한 켠에 서
지하철 전도사 낮게 깔린 목소리
4월은 눈물과 피에 젖은 달인데
왜 꽃들은 미어지고 피는가
수선화 꽃대는 수선화를
홍매화 가지는 홍매화를
돌이 단풍을 만나면 돌단풍
믿으면 천국 가고
당장 믿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우려 먹고 발라 먹고 회 쳐먹고
찜 쪄먹고
징허게 해쳐 먹고
뼈까지 발라 먹어
죽은 애들을 위해
징글징글 이제 그만
공감능력 부족한 인간의 탈을 쓴
지옥불에 던져질 족속들아
회개하라
천국 문이 열리리라
오늘밤 네 집에 들어가 이불을 걷어찬
네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불을 덮어주며
기도하라
머리 좋아 높은 대학 나와
국가 돈 쳐먹어 봐 맛을 아는
어린 자식 똥 치워 본 인간아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네 입에 이제 꽃만 피어라
5호선 방화행 전동차
박수 소리 폭발하여
광나루 워커힐 벚꽃잎도
박수치다 눈발처럼 노을과
아리수 강물 위로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