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무렵/정종배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지낸 주일 다음 날
출근길 소요산행 전동차
맨앞 칸 등산객 건너편
늦봄부터 타지 않던
멋쟁이 노숙자가 반갑게
한겨울 메이커 등산복에
붉은색 모자 눌러 쓰고
패션 안경 걸치고
좌석을 넖게 펼쳐
지난 계절 버터낸
삶의 향기를 깔고 앉아
단풍잎 한 잎으로 물든다
냄새가 터질듯 진동하여
승객들 단풍잎 떨어지듯
인상을 찌푸리며 떠나간다
마지막 단풍이 우듬지에 휘날릴
소요산 공주봉을 향하여
환생하여 동안거 들어가는
원효스님 모시고 내달린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