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입동 무렵

정종배 2019. 11. 12. 08:14

 

입동 무렵/정종배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지낸 주일 다음 날

출근길 소요산행 전동차

맨앞 칸 등산객 건너편

늦봄부터 타지 않던

멋쟁이 노숙자가 반갑게

한겨울 메이커 등산복에

붉은색 모자 눌러 쓰고

패션 안경 걸치고

좌석을 넖게 펼쳐

지난 계절 버터낸

삶의 향기를 깔고 앉아

단풍잎 한 잎으로 물든다

냄새가 터질듯 진동하여

승객들 단풍잎 떨어지듯

인상을 찌푸리며 떠나간다

마지막 단풍이 우듬지에 휘날릴

소요산 공주봉을 향하여

환생하여 동안거 들어가는

원효스님 모시고 내달린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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