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해병 군기

정종배 2019. 11. 23. 21:20

 

해병 군기/정종배

 

 

토요일 밤 3호선 대화행

광화문역 지나서 독립문역 들어서자

노약자석 전화 통화 목소리가

전광훈 목사님 황교안 대표님......

즐비한 이름이 9호차 차량을

들었다 놓았다 들썩였다

건너편 곱상한 신사가

안경 너머

모자에 태극기를 꽂은 해병대

한등치 복장을 찬찬히 살폈다

월남전 참전 동기들의

단결심을 보여줘야 한다며

팔각모를 벗어 땀을 훔쳤다

깍두기 머리가 하얗다

목소리 톤 높이를 모른다

무악재 너머 홍제역 지나

문재인을 끌어 내려 죽이자

승객들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듯

지팡이 집고 일어서서

건너편 바라보며

목소리 낮춰라

기세가 수구려들지 않는다

지팡이로 가슴을 가리키며

너 몇 기냐

.........

너 몇 기냐고

........

너 몇 기수냐?

..........

차렷

네 230기입니다

오 그래 난 150기다

벌떡 일어나

충성!

핸드폰 폴더를 접는다

 

이런 광경 두 번째이다

 

20여년 전 학다리중앙국민학교

재경동기 정기모임

오랜만에 나온 색시같은 친구가

술 몇 잔 거푸 마신 뒤

진상을 떨기 시작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나서서 제압을 못하고

절절매 난장판이 되었다

간만에 동기회 모임 나와

조용히 자리를 채워주던

병인이가 가만히 일어나

진상 녀석 앞에 서서

차렷 구호를 외치자

벌떡 일어나 얼음이 되자

모두 눈이 휘둥그레

의아해 어리둥절 뒷담화

해병대 한 기수 차이난데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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