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겨울비 내리는 12월 초하루

정종배 2019. 12. 1. 14:37

 

 

 

 

 

 

 

겨울비 내리는 12월 초하루/정종배

 

 

 

12월 초하루 비가 는개가

겨울비가 내린다

일요일 점심 먹고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

옆으로 새 해찰하며

진관사 함월당 마루에 앉아서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를 읽는다

낙수물도 삼배를 드리려

깨끗한 마음으로 섬돌에 오르겠다

모래를 일으켜 굴리며 씼는다

지난 여름 큰비에도 자리를 지키며

올해도 잘 버티었다

물방울 소리가 대신하여

두 발로 튕기어 오른다

관음보살 미소가 번진다

적묵당 뒤안의 300살 청매화

묵언정진 연리지가 게송이 터지고

동정각 담장 너머

어릴적부터 발랑 까져

범종 치는 비구니에 혹하여

귀기울다 기우뚱 붙어버린

느티나무 연리지가

범종소리 되새겨

정중동 동중정 번갈아

낙수물 운과 율에 추임새를 매긴다

내년 봄 봄볕에

청매화 꽃눈 잎눈 틔우는 소리를

한 계절 건너 뛰어

12월 초하룻날

귀를 씻는 청안을 누린다

약사여래 왼손의 약함을 풀어내

아픈 이의 몸과 마음 쾌유하길

청매화 연리지 나이테를

빗방울로 매조지 짓는다

까마귀떼 는개비 속으로 날아든다

또랑시인 연지원 난롯가

오래된 의자에 의지하여

쌍화탕 한 잔으로 감기 기운을 쫓는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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