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12월 초하루/정종배
12월 초하루 비가 는개가
겨울비가 내린다
일요일 점심 먹고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
옆으로 새 해찰하며
진관사 함월당 마루에 앉아서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를 읽는다
낙수물도 삼배를 드리려
깨끗한 마음으로 섬돌에 오르겠다
모래를 일으켜 굴리며 씼는다
지난 여름 큰비에도 자리를 지키며
올해도 잘 버티었다
물방울 소리가 대신하여
두 발로 튕기어 오른다
관음보살 미소가 번진다
적묵당 뒤안의 300살 청매화
묵언정진 연리지가 게송이 터지고
동정각 담장 너머
어릴적부터 발랑 까져
범종 치는 비구니에 혹하여
귀기울다 기우뚱 붙어버린
느티나무 연리지가
범종소리 되새겨
정중동 동중정 번갈아
낙수물 운과 율에 추임새를 매긴다
내년 봄 봄볕에
청매화 꽃눈 잎눈 틔우는 소리를
한 계절 건너 뛰어
12월 초하룻날
귀를 씻는 청안을 누린다
약사여래 왼손의 약함을 풀어내
아픈 이의 몸과 마음 쾌유하길
청매화 연리지 나이테를
빗방울로 매조지 짓는다
까마귀떼 는개비 속으로 날아든다
또랑시인 연지원 난롯가
오래된 의자에 의지하여
쌍화탕 한 잔으로 감기 기운을 쫓는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