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정종배
오늘은 경칩 저녁 먹고 스틱 하나 들고 마실길 걸었다
야생동식물보호구역 습지 북방산개구리 울음소리
멧돼지 가족네 먹방으로 싹쓸어 뚝 그쳤다
코로나19로 산문 폐쇄한 진관사 해탈문 앞에서
어서 지나가라 고개 숙여
불법승 성불하십시오 합장하는데
아미타불 곁으로 바위덩이
몇 개가 시커멓게 굴렀다
깜짝 놀라 꼼짝 않고 주시하며
기도를 이어갔다
멧돼지는 시력이 좋지 않아
20m 앞까지 접근하며
화단을 뒤집어 새싹을 쓸어먹고
오싹하여 움추려 쫄았으나
다행이 계곡 건너 다음 먹방 촬영하려
걸어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탐스런지
경칩에 개구리 울음소리 대신에
멧돼지 먹방을 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