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눈밭에서

정종배 2021. 1. 9. 18:44



눈밭에서/정종배

내 고향 함평천지 눈이 제법 내리는 고장이다
오사허게 강치해도 세 밤 자면 눈길이 녹는다
새벽이 늦게 오는 연서로
북한산 산그늘에 묻혀 있어
쌓인 눈 오래 머문 길 오간다
새해 들어 내린 눈에 후륜구동 외제차가
강남3구 언덕길을 애먹인 난리 속에
뒤를 밀다 손가락 피를 본
시바 시인 류근 선생 푸념이 페이스북을 달궜다
강력한 북극 한파 이어져 보일러 수도꼭지 파이프 계량기 동파에
귀해진 기술의 노동자 모시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지인들의 애터지는 아우성에
이명이 재가동해 달래려 마실길 걷는데
멧돼지가 길을 잃고 되짚어 간 발자국이
유해동물 퇴치제 호랑이똥 냄새로 폐쇄된
옛길을 되살려 놓았다
청와대 앞 노숙 단식 농성장에
천막마저 치지 못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되살렸다
아름다운 청년 김용균 어머니가
여의도 국회 앞 눈밭의 한강 칼끝 바람을
애끊은 온몸으로 막고 바란
중대재해법 누더기 통과하여
현재 전체 사업장 중 78,8%인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98,8%인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OECD 국가 1위 일 년 산재 2,500여명 목숨 잃는다
그 중에 20% 500여명 해당한다
이제는 2,500여명 그대로 죽어도
괜찮은 오늘 하루 돈의 힘 무지 쎄
온누리 사업장 5인 미만 하청으로 돌리는
잔머리 뿌리가 한반도를 뒤덮어
노동자 피눈물이 강물결 일으켜 노을빛 배겠다
검찰 법원 국회 개혁 공수처 법으로도
돈 있는 사람만 먼저인 나라가
촛불혁명 돈 없는 사람들에 가슴을 옥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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