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정종배 2021. 2. 6. 08:29

길/정종배


길이 없는 하늘에 길을 내
비행기는 빨리 날고
어두운 땅굴을 달리는 고속열차도
고속도로 내달리는 자동차보다 빠르다
물 위를 거침없이 끌려가는 바나나보트
온몸을 자극하여 눈을 감는 속도도
중풍에 떨어졌다 운좋게 일어나
눈길 밟는 소리를 몸으로 느끼며
앞서 가는 친구의 마음보다 느리고
좌선하고 페이스북으로
세상을 꽤뚫어 보시어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는
덕운스님 손길보다 더디다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는 바이러스에
온 인류가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마스크 쓴 채 걷는 이 길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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