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정종배 2021. 2. 7. 10:21




칡/정종배

칡 어릴적 동네 남자들 수박재 넘어 안골 칡뿌리 캐 씹으면
군것질에 놀이에 체력단련 협동심까지 길렀다
칡과 등나무 줄기의 촉수에
나무들이 걸려들면 기어이 조여들어 목숨을 내놓는다
이말산 둘레길 낙엽 밟는 소리가 듣고파
숲 속을 걷는데 발을 거는 녀석을 찾았더니
칡줄기가 팽팽하게 직선으로 질주하여
아까씨나무를 타고 올라 놀라웠다
먹이를 노리고 하강하는 황조롱이 날개짓보다 빠르다
철조망 안 잣나무 밑동이 발정난 멧돼지 사랑기간
힘자랑 뽐내는 배경이 되어 껍질이 벗겨지고 송진이 흘러내렸다
봄맞이 준비하는 숲 속은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월암  (0) 2021.02.08
김진숙의 봄에 만나요  (0) 2021.02.07
  (0) 2021.02.06
만다라  (0) 2021.02.06
상호  (0) 202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