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정종배 2021. 3. 7. 17:16











봄맞이/정종배


숲은 삶의 현장이다
철 따라 싸우지 않고도 치열하다
이른 봄 개암나무 수꽃차례
찔레꽃과 귀룽나무 잎눈이
봄맞이 일등이라 새 혀를 내밀어
새들의 짝짓기 노래를 따라 한다
나무 줄기 색깔은 달라도
잎사귀는 다 같이 푸르다
돈 버는 방법은 달라도
가정의 사랑 법은
늘 숲을 닮으면 푸르지 않을까
길섶의 나무는 손을 타 옹이가 생긴다
인생의 길에도 상처를 받는다
이른 봄바람에 물관을 열었다
꽃샘추위에 얼어터진 참나무 밑동이나
숲에서 제일 큰 키 자랑하다
눈보라에 꺾인 은사시나무 몸통이
길을 막아 통째로 전기톱 맛을 본다
한겨울 지나면 숲은 오솔길이 난무한다
모든 숲은 민주주의 모범 국가이다
기다리면 채워지는 신세계
지휘자 없어도 선율이 향기나는 교향악단
올겨울 마스크 벗고자
나 홀로 가는 길이 어지럽다
억새꽃도 가을 꽃을
털어내지 않고도 새순을 올린다
숲 속은 심심할 수 없는 놀이터
멧돼지도 사랑에 목숨 걸어
철문을 밀처 내 열고를 외쳐 뛰고
동심이 살아나 나이를 잊어먹는
사계절 설레는 꿈의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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