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멍에

정종배 2021. 3. 11. 09:37

멍에


꽃샘추위 도둑눈이 내려 쌓여
눈에 띄지 않던 소나무가 뿌리가
봄바람에 금새 녹아
둘레길 내려가던 발길을 붙잡는다
소의 멍에 감으로 딱이다
두 뿔이 앞으로 솟아나 자랑이던 누렁소
쟁기질 구루마 앞장 서 아버지를 끌고가
식구 많은 집 재산 일군 업둥이
자식들 학자금과 저금낼 종자돈 마련하려
함평읍내 우시장 나갈 때
낙지 한 접 먹여 식구들 이별하며
멍에를 벗겨 주자 외양간 둘러보고
놋두개 넘어갈 때 뒤돌아본 눈동자
그 눈빛이 내 삶의 밑자리 아니었나
눈 녹은 둘레길 동백꽃이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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