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집사람 생일 잔치

정종배 2021. 12. 13. 20:26



집사람 생일 잔치

재택근무 아들이
점심시간 이용하여 케이크 찾아오려
출입문을 나선다
집사람 파주 액자 찾으러 가다가
화이자 접종하고 쉬는 아빠
무슨 일 있느냐
아빠 몰랐어요 오늘이......

아빠는 엄마와 사시기에 지금까지 세끼 밥 드시며
함께 살고 계시지요

집사람 생일날 꽃 한 송이 가슴에 꽂아 본 적 없고
오는 2022년 1월 3일 결혼 38주년
손가락에 가짜반지 끼어준 적 없어도
주변에선 시인과 화가 잘 어울려 부럽다며
모르는 말씀들 쏟아진다

불알 두쪽 가난한 또랑시인
첫 시집 출판기념회
첫 개인전 함께하여야 열겠다고 우기며
마이너스 통장 천만원 내주어
IMF 상황에도 인사동 화랑가 눈 비벼 보게 성황을 이뤘다

직장 동료 인사성 사회성 떨어진 정선생 달리 보인다고 등을 두드려 주었고
집사람 친구들
니가 시집 젤 잘갔다 격려가 난무했다

대학 1학년 한겨울 함평천지 갈고다니다 사귀는지 마는지 끊고 맺기 똑소리난
귄 있는 처녀 읍내 집에 들려
어머니 자상한 말씀에
문 밖에 나오며
장가들면 되게 편하겠다
그 뒤로 결혼은
목포출신 과 동기와
돌머리 범치 하내 손녀딸
두 여자 중 한 명이다
가까운 이들에게 큰 소리쳤다

결혼 약속 큰 틀은 변함없고
작은 일엔 관여하지 않기로 다짐을 지키려 용을 쓰다
선물 없는 불량한 가장으로 부끄러운 헛소릴 지꺼린다

저녁엔 축하 노래 케이크 촛불과
흑산도 찰진 홍어 삼합으로
막힌 코를 뚫어야
다음 생이 편하지 않을까

아케이드커피양주
김희옥 초대개인전
2022년 1월 3일
함박눈 내려쌓여 추억놀이 하여야

신혼여행 폭설에
계룡산 동학사 남매탑 올라 길을 잃고 헤매
부츠 뒷굽 빠질 때 그만두지 않아 오늘 이런 뻔뻔한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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