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밥먹자
지난 주 월요일 하루 동안
영랑 생가 모란꽃을 뵙고 와
뒷부끄리가 터져 큰일 볼 때마다 모란꽃 빛이다
어제 점심 시간 전에
연신내 단골 병원 원장 처방 약봉지를 배낭에 넣고서
갈곡리 재개발 주인 떠난 빈집을 지키는 모란꽃과
석광사 뜰에 피어 북한산 주능선과 눈높이를 맞추는 모란꽃과
탑골공원 비구니승 30년 불사로 일군 꽃밭 갖은 꽃 중에서
제일 큰 모란꽃을 영접했다
앞산이 예비군 훈련장 노고산입니다
아닙니다 보광사 진산인 고령산입니다
스님과 몇 번을 주고받다
묵언으로 한발 뺐다
오늘은 늦은 점심 먹는 중에
수술 후 항암 3차 맞고 걷는
또 한번 수술하는 친구의 전화 받고
파라솔 지붕 성긴 빗소리 들으며
차 한 잔 마시고
골목길을 얘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말없이 돌아오며
막다른 골목을 두 번이나 되돌아 나왔다
친구의 쾌유를 확신하며
친구가 3개월 마시지 못한 술
건강을 되찾아
예전에 산행하며 자주 들린
친구야 밥먹자 음식점 앞을 지나
진관동 불광동 나눠지는 고개의 민불께 손모아 빌었다
얼른 나아 친구야 밥먹자
빗방울 성글대는 옛 기자촌 솔밭에서
땅이 젖지 않은 숲 그늘의 무게를 재는데
서쪽하늘 노을이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