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솔꽃이 피었다
정종배
남과북 두 정상이
도보다리 의자에 앉아 파격적인 단독회담
그 시각
종로3가역 대화행 환승 위한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키가 맞지 않은 두 남녀의
눈시린 사랑이 멋지게 이뤄졌다
키 차이 사랑은
키가 큰 쪽이
몸을 낮춰야
입을 맞춰 사랑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사랑은
키 차이는 문제 없다
계단 한 두개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거리도 입을 맞출 수 있다
사랑은 자신을 낮춰야 이뤄진다
멈추지 않아도 나눌 수 있다
남아 북아
평화와 번영의 환승을 위하여
에스컬레이터 꽃길을 올라타자
통일은 도둑처럼 올 것이다
우리집에 병솔꽃이 피었다
민족의 상처가 나으려나
온몸이 근지럽다
빳빳하게 피어나 부드러운 병솔꽃 꽃잎으로
딱지 앉은 부위를 시원스레 긁는다
온누리 방방곡곡 빡빡 긁는
향기로운 도둑 병솔꽃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