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병솔꽃이 피었다

정종배 2018. 4. 27. 22:09

 

병솔꽃이 피었다

 

                       정종배

 

 

남과북 두 정상이

도보다리 의자에 앉아 파격적인 단독회담

그 시각

종로3가역 대화행 환승 위한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키가 맞지 않은 두 남녀의

눈시린 사랑이 멋지게 이뤄졌다

키 차이 사랑은

키가 큰 쪽이

몸을 낮춰야

입을 맞춰 사랑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사랑은

키 차이는 문제 없다

계단 한 두개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거리도 입을 맞출 수 있다

사랑은 자신을 낮춰야 이뤄진다

멈추지 않아도 나눌 수 있다

남아 북아

평화와 번영의 환승을 위하여

에스컬레이터 꽃길을 올라타자

통일은 도둑처럼 올 것이다

 

우리집에 병솔꽃이 피었다

민족의 상처가 나으려나

온몸이 근지럽다

빳빳하게 피어나 부드러운 병솔꽃 꽃잎으로

딱지 앉은 부위를 시원스레 긁는다

온누리 방방곡곡 빡빡 긁는

향기로운 도둑 병솔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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