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꽃
정종배
국민학교 2학년
못자리 잡는 날
놉들 밥해 주기 위해
두 학년 위 작은성과
읍내 매일시장에서
돼지고기와 찬거리 사 들고
대동주조장 막걸리 한 말 주문하고
중천에 떠 있는 햇살과
시오리 등굣길을 나섰다
느긋한 작은성을 앞질러
아카시아 꽃향기를 헤쳐갔다
1교시 시작종 소리를
탱자꽃이 터벅터벅 알려왔다
작은성이 야 지금 들어가면
담임한테 죽살나게 터진다
소쩍새와 버꾸기 울어대는
아카시아 숲으로 형제는
벌떼와 함께 숨어 들어갔다
큰집 선산 상석에 누운 통근 성은 꿀잠을
처음이자 마지막 땡땡이 친
새가슴 동생은
탱자울 사이로 종소리 필 때마다
가슴이 쫄깃쫄깃 조여왔다
반세기 전 탱자꽃 향기가
또랑시인 시혼으로
오사허거 시금털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