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찔레꽃

정종배 2018. 5. 29. 07:02

 

찔레꽃

 

               정종배

 

 

개똥받이 뙈기밭 밭둑 밑

독무덤에 찔레꽃이 피었다

 

밭 매러 오가던 할매는

어릴 적 잃어버린 네 아들 영혼을

눈물로 돌 하나씩 쌓았다

 

엄마는 점상을 받지 않아 아픈 몸 치유하려

읍내 성당 오가며

임신중절 수술로 떨어트린 두 녀석 넋을 돌멩이로 달랬다

 

나는 고향 가는 길

3개월 태아로

북한산 백운대 등산으로 지에미 손을 놓은 녀석 얼을 누르려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 하나 하나 뚫고서

찔레꽃 송이 송이 넝쿨째 피어났다

 

어릴적 새콤달콤 오래 씹던

찔레 새순 솟았다

내년 봄 꽃가지 되게 꺾지 않는다

 

개똥받이 뙈기밭 밭둑 밑

독무덤에 찔레꽃이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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