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탱자꽃

정종배 2018. 5. 31. 07:10

 

탱자꽃

 

              정종배

 

 

국민학교 2학년

못자리 잡는 날

놉들 밥해 주기 위해

두 학년 위 작은성과

읍내 매일시장에서

돼지고기와 찬거리 사 들고

대동주조장 막걸리 한 말 주문하고

중천에 떠 있는 햇살과

시오리 등굣길을 나섰다

 

느긋한 작은성을 앞질러

아카시아 꽃향기를 헤쳐갔다

1교시 시작종 소리를

탱자꽃이 터벅터벅 알려왔다

작은성이 야 지금 들어가면

담임한테 죽살나게 터진다

소쩍새와 버꾸기 울어대는

아카시아 숲으로 형제는

벌떼와 함께 숨어 들어갔다

큰집 선산 상석에 누운 통근 성은 꿀잠을

처음이자 마지막 땡땡이 친

새가슴 동생은

탱자울 사이로 종소리 필 때마다

가슴이 쫄깃쫄깃 조여왔다

 

반세기 전 탱자꽃 향기가

또랑시인 시혼으로

오사허거 시금털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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