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슬픈사랑 제비꽃

정종배 2018. 9. 15. 03:39

 

 

슬픈사랑 제비꽃/정종배

 

 

지난 여름 최악 폭염 물놀이 웅덩이 찾다가

발등 여덟 바늘 꿔매

바깥출입 두 주를 물먹었다

실밥 풀고

한 주 더 미룬 뒤 산책길

국행수륙재 입재 준비

울력으로 뜯겨나간 바위틈새

제비꽃 자리를 살폈다

쬐그만 이파리가

형형한 눈빛으로 반겼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왔다 제비꽃

앙증맞게 주저앉아 앉은뱅이꽃

누구보다 오래 살아 장수꽃

오랑캐 뒷머리채 빼닮아 오랑캐꽃

물 한모금 먹고도 거뜬하다 병아리꽃

샅바 싸움 끈질기다 씨름꽃

비녀 닮아 가락지꽃

 

나폴레옹 소시적 힘께나 써 제비꽃 소대장으로 불렸다

엘바섬에 갇히며 제비꽃 필 무렵 다시 돌아 간다 큰소리쳤다

조세핀도 못지 않게 좋아한 꽃

이혼 후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리스 아테네시 상징이다

미의 여신 비너스의 갑질로

양치기 목동 아티스와

아름다운 소녀 이아의 꽃같은 사랑이 못마땅해

이아에게

제 아들 큐피트에게 사랑이 불붙는 황금화살

아티스에겐 사랑을 잊게하는 납화살

쏘게해

이아가 슬퍼하며 여위어 죽은 뒤

조그만 꽃으로 피어난 제비꽃

 

매일아침 화살기도 드리며

성모님께 바치는 성실과 겸손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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