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학의 둥지 새터에 깃들다

정종배 2018. 10. 4. 23:03

학의 둥지 새터에 깃들다

 

 

이른 새벽 어머니가 차려주신

뜨거운 밥을 먹고

이슬과 서리를 털어내며

고개 넘고 들판 지나 다리 건너

두 다리로 짱짱하게 걷거나

두 바퀴 은륜의 자전거 돌리고

네 바퀴 괘도버스 통학차 오르내려

청태산 다섯 정승 나온다는

일제 시대 신사 터에

학의 둥지 깃든지 75여 성상

 

고막원 똑다리 밑에서 주어와

함평천 학교천 엄다천 무안천 고막원천

사포에서 한몸을 이루는 물소리로

장마철 물외 크듯 쑥쑥 자라

군유산 고산봉 모악산 천주봉 월악산 철성산 속금산 감방산

산꼭대기 첫 햇살 반겨 맞는

노을과 구름을 부지런히 좇다가

황토밭 밤고구마 머리통만하게 밑들듯

꼭 필요한 된사람으로 거듭 나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학다리 나왔다고

자랑스레 전설을 풀어낸다

한 번 들은 학다리 잊지 않고

한결같은 사랑으로 안아준다

 

곤봉산 대명당 대하마을 새터에

학의 전당 새로 틀어

기산영수 소부와 허유의 지조와 절개를

고산봉 필봉으로 일필휘지

세계를 휘어잡을

새 터전의 학의 둥지

숲쟁이 천연기념물 나무들

삼성삼평 늘 푸른 기상으로

어진 세상 가슴에 가득 담아

춤추는 나비떼 바람으로

우주를 풍요롭게 살리는 인재를 길러내

토하젓 곰삭은 향기로

함평들 쌀밥을 쓱쓱 비며

세상의 평화를 위하고

함평만 술안개 엽삭젓

죽 찢어 찬물 말아 맛나게 드시고

밥심으로 상쾌하게 일어나

한겨울 온누리 감태맛 펼치고

돌머리 곰솔밭 솔바람

수 천년 물들이는 서해노을

함평학다리고 별들의 새길을 헤아려

사포나루 참숭어 기어가 달디단 뻘밭 세상

기어이 오고야말 대동세상

함평천지

다 함께 손을 잡고

함평한우 걸음으로 싸묵싸묵 걸어가자

 

2018. 10. 21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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