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정종배
ㅡ망우리공원
가을은 열매의 계절이다
때가 차면 씨앗은
바뀌는 철을 몸 구석구석
가장 깊고 빠르게
속살을 꽉 채워 떨어진다
여름이 온누리에 늘푸른 수해바다 수평선을 펼치면
오로지 햇님의 뜨거운 사랑으로
열매가 여물고
키가 크고
그늘의 깊이와
살이 올라
물것들도 한철을 즐긴다
가을이면 말씀이 익어가는 철이다
좋다 싫다 내색 하지 않아도
모두들 얼굴빛이 잘 여문 대추빛이다
철 따라 늦되거나 이른 티가 드러나지 않지만
밤 대추 배 감 사과 콩 도토리 봉숭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겠다
가을을 알리는 알람소리 요란하다
때 늦은 태풍에는 대책없이 당하고
살아남은 열매와 씨앗이 더 튼실하고 야무지다
가을이면
제일 듣고 보고픈 말씀은
엄마
생각만 하여도 눈물이 핑 돈다
그 어떤 씨앗과
과일보다
영글어 달디달고
단단하게 슬퍼서 향기롭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