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제비꽃

정종배 2018. 10. 14. 21:18

 

 

 

 

제비꽃/정종배

 

진관사 해탈문과 아미타불 마애불 사이에

북한군 124군부대 김신조와 31명

청와대 습격하려

응봉능선 첫 발을

고양이 걸음으로 내딛은 바위 틈새

제비꽃은 힘이 있고 살아 있다

 

지난 봄 가뭄과

기록적인 여름 폭염에도

거뜬하게 버티다

국행수륙재 준비하는

수풀 제거 봉사대에

꼼짝없이 걸려들어

일곱 형제 중

눈에 잘 띄는 곳에

네 형제가

푸른 잎을 싹둑 잘려 나갔다

 

발등이 찢어져 2주 동안

바깥 출입 못하다

첫 번째로 찾아가니

세 녀석은 새싹을 틔웠다

 

쌍날칼보다 더 날카로운

제비꽃 뿌리가

바위틈을 꿰찔러

혼과 영을 붙잡아

반갑게 제 자리를 잡았다

 

일곱 형제 중

제일 먼저 문중 납골당

한 칸을 차지한 넷째가

뿌리를 뽑혀버린

한 송이 제비꽃이 아닌지

오는 주말 대상 지나 첫 기제사다

 

술 중독 가폭으로 이혼하고

세 달 동안 요양원에 몸 보링하고

한 달 나와 술사냥으로 몸과 맘 망가트리길

십여년 반복하다

아버지 기일날 몸이 아파 내려오지 못한다

전화하고 차를 몰다 추돌로 가슴에 집어넣은 대동맥 스탠스가 운전대에 받혀서 잠을 자다 입도 다물지 못한 채 가버렸다

 

정신 맑을 때

성 보고 싶어서

술이 만땅일 때

성이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

 

전화 벨 소리가 울릴 것같은

그립고 보고픈 밤

딸내미와 부딪친 와인 잔 소리에

잘 익어 씁슬한 가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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