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정종배
진관사 해탈문과 아미타불 마애불 사이에
북한군 124군부대 김신조와 31명
청와대 습격하려
응봉능선 첫 발을
고양이 걸음으로 내딛은 바위 틈새
제비꽃은 힘이 있고 살아 있다
지난 봄 가뭄과
기록적인 여름 폭염에도
거뜬하게 버티다
국행수륙재 준비하는
수풀 제거 봉사대에
꼼짝없이 걸려들어
일곱 형제 중
눈에 잘 띄는 곳에
네 형제가
푸른 잎을 싹둑 잘려 나갔다
발등이 찢어져 2주 동안
바깥 출입 못하다
첫 번째로 찾아가니
세 녀석은 새싹을 틔웠다
쌍날칼보다 더 날카로운
제비꽃 뿌리가
바위틈을 꿰찔러
혼과 영을 붙잡아
반갑게 제 자리를 잡았다
일곱 형제 중
제일 먼저 문중 납골당
한 칸을 차지한 넷째가
뿌리를 뽑혀버린
한 송이 제비꽃이 아닌지
오는 주말 대상 지나 첫 기제사다
술 중독 가폭으로 이혼하고
세 달 동안 요양원에 몸 보링하고
한 달 나와 술사냥으로 몸과 맘 망가트리길
십여년 반복하다
아버지 기일날 몸이 아파 내려오지 못한다
전화하고 차를 몰다 추돌로 가슴에 집어넣은 대동맥 스탠스가 운전대에 받혀서 잠을 자다 입도 다물지 못한 채 가버렸다
정신 맑을 때
성 보고 싶어서
술이 만땅일 때
성이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
전화 벨 소리가 울릴 것같은
그립고 보고픈 밤
딸내미와 부딪친 와인 잔 소리에
잘 익어 씁슬한 가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