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숫눈길

정종배 2018. 11. 30. 11:10

 

숫눈길/정종배

ㅡ망우리공원

 

 

함박눈이 밤새 푹푹 내리면

캄캄한 길을 걷던 사랑이 환한 길을 걷는다

그늘진 풀숲에 오랜만에 큰빛이 심방한다

두터운 기쁨과 시간이 쌓인다

뒷목에 멍에가 벗겨지고

어깨에 멘 짐을 내려놓고

축제가 열린다

단순하고 작은 일에 기뻐한다

흠 없고 올곧으며

사람을 경외하고 죄악을 멀리하는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으로 걷는다

어린이 마음으로 받아들여

환한 길을 눈 감고 걸어도

뒤돌아 보지마라

더디지만 앞길이 비추어 행복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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