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눈길/정종배
ㅡ망우리공원
함박눈이 밤새 푹푹 내리면
캄캄한 길을 걷던 사랑이 환한 길을 걷는다
그늘진 풀숲에 오랜만에 큰빛이 심방한다
두터운 기쁨과 시간이 쌓인다
뒷목에 멍에가 벗겨지고
어깨에 멘 짐을 내려놓고
축제가 열린다
단순하고 작은 일에 기뻐한다
흠 없고 올곧으며
사람을 경외하고 죄악을 멀리하는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으로 걷는다
어린이 마음으로 받아들여
환한 길을 눈 감고 걸어도
뒤돌아 보지마라
더디지만 앞길이 비추어 행복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