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물봉

정종배 2018. 12. 7. 09:06

 

 

물봉/정종배

 

 

생일과 결혼기념일 한 번 챙기지 않고도

출근길 아침밥 꼬박꼬박 차려내며

35년 함께 한 사모님

이제는 환갑이라

그림 작업 몰두하고 피곤하면

잠자리에 귀여운 탱크가 지나간다

평소 물봉 하나 얻어

지 맘대로 잘 산다고

흰소리로 때우는 또랑시인

미안하여

아직도 귀물이 안빠져 이쁘다는

주무시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데

아이 깜짝이야

이 도둑놈아

손등이 볼을 찰싹 스쳐간다

가운데 고 것이 바짝 정신 차렸다

지아비 다루는 고수를

이 도둑놈

오랜만에 탱크 키를 찾아 꽂고

궤도를 거침없이 몰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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