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정종배
생일과 결혼기념일 한 번 챙기지 않고도
출근길 아침밥 꼬박꼬박 차려내며
35년 함께 한 사모님
이제는 환갑이라
그림 작업 몰두하고 피곤하면
잠자리에 귀여운 탱크가 지나간다
평소 물봉 하나 얻어
지 맘대로 잘 산다고
흰소리로 때우는 또랑시인
미안하여
아직도 귀물이 안빠져 이쁘다는
주무시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데
아이 깜짝이야
이 도둑놈아
손등이 볼을 찰싹 스쳐간다
가운데 고 것이 바짝 정신 차렸다
지아비 다루는 고수를
이 도둑놈
오랜만에 탱크 키를 찾아 꽂고
궤도를 거침없이 몰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